◆신이 아닌 이상 불가능= 와인 감정에 대해서는 전설 같은 이야기들이 많다. 한번 맛을 보고 메이커의 명칭과 빈티지까지 알아맞힌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와인 공부를 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이런 경지에 도달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과연 이런 일이 가능할까. 천만에. 만약 우리가 모든 일을 팽개치고 하루에 100개씩 맛을 보고 그 맛을 외운다고 가정할 때, 1년이 지나면 3만6500개의 와인 맛을 기억할 수 있다. 그러고 나면 해가 바뀌어 또 다른 연도의 동일한 이름의 와인이 3만6500개가 또 나오기 때문에 평생 동안 아무리 노력해도 3만6500개 와인만 맛보다가 그르치게 된다.
◆007 제임스 본드= 50년 이상 시리즈로 나오는 영화 007의 '제임스 본드'는 다방면으로 뛰어나지만, 와인에 대한 지식이나 매너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영화에선 제임스 본드가 와인을 마시면서 메이커와 연도까지 알아맞히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영화니까 못 알아맞힐 수는 없겠지만, 007은 국가 공무원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자기 돈 안들이고 얼마든지 고급 와인의 맛을 익힐 수 있다.
세계 와인 중에서 아주 유명한 몇 가지는 연습을 했을 것이고, 사전에 그 사람이 어떤 와인을 즐겨 마신다는 정보를 알고 접근하기 때문에 가능할 수도 있다. 아무리 와인 공부를 열심히 해도 제임스 본드와 같이 될 수는 없다. 그만큼 와인이 사교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많이 알면 알수록 유리한 경지에 오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오락 영화를 통해 보여준 것이다.
와인도 마찬가지로, 이 정도 맛에 이 정도 가격이면 우리가 수입해도 되겠구나, 혹은 숍이나 레스토랑이라면 이 정도 가격과 맛이면 손님에게 얼마든지 추천을 해도 좋겠다고 생각되는 와인을 선택해서 많이 팔면 된다. 맛을 보고 알아맞히는 것은 인생에 도움이 안 된다. 나의 입맛과 고객의 입맛에서 최대공약수를 찾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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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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