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감시' 속에 공부 열중하려는 목적… 주객전도돼 피로감 느끼기도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공무원 시험에 3번째 도전하고 있는 김정훈(28)씨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부하는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남들과 어울려 공부하는 스터디는 방해만 될 것이라는 생각에 독학을 시작했지만 이내 사람이 그리워졌기 때문이다. 김 씨는 "공부 자체의 어려움보단 혼자라는 외로움이 무척 힘들더라"며 "반쯤 장난으로 시작한 SNS 공부 인증이 일과로 자리 잡으면서 공부 의욕도 더 커졌다"고 말했다.
자신이 공부하고 있는 사실을 SNS에 공개하고 이를 인정받는 '공부 인증' 문화가 퍼지고 있다. 대량의 음식을 시켜먹는 모습을 인터넷 방송서비스를 통해 중계하는 '먹방'에 이어 공부하는 모습을 중계하는 '공방'까지 생길 정도다.
공부 시간과 그날 푼 문제집 등 결과를 인증하는 익명의 카카오톡 메신저 대화방도 유행이다. 직장인 이모(30)씨는 최근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해 영어 공부 인증 카톡방을 꾸렸다. 일체의 잡담 없이 공부한 시간을 기록한 스톱워치와 그날 푼 문제집의 사진을 올리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 씨는 "여러 사람들이 아무 말 없이 지켜보는데 나만 안올리면 부끄러워서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공부 인증 문화가 오히려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친구를 따라공부 인증을 시작한 강모(26)씨는 "시간에 맞춰 '인증샷'을 올리지만 어느샌가 인증에 따른 압박과 피로감을 느꼈다"며 "공부를 위해 인증하는 건지 인증을 위해 공부하는 건지 모를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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