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북한과의 공식 회담을 앞둔 말레이시아 정부가 김정남의 시신을 방부처리했다고 14일 현지 언론인 뉴스트레이츠타임스(NST)가 보도했다.
시신 방부처리가 항공운송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어서 말레이시아가 어떤 목적으로 이를 추진한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말레이시아가 외부에서 김정남의 시신을 방부처리한 것은 부패방지 목적 외에도 특정 상황을 대비한 사전준비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식 회담에서 말레이시아가 북한에 억류된 자국민의 신변과 김정남 시신을 맞교환 할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비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아직 행방이 묘연한 상태지만 김한솔을 포함한 김정남의 유족이 시신 확인에 나설 경우에도 이같은 조치는 필요하다.
정부 시설에서는 방부액에 시신을 담그는 수준에 그치지만 민간업체는 상당기간 시신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처리가 가능하다. 김정남 시신을 방부처리한 것으로 알려진 현지 장의업체 관계자는 이에 대한 확인을 거부하면서도 "최근 IPFN으로부터 시신 보관에 가장 적합한 방법에 대한 문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일은 시신을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기에 적합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남의 시신은 지난달 13일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 공격으로 사망한 뒤 줄곧 IPFN 영안실 냉동고에 보관됐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부검 등의 이유로 그의 시신을 해동했다가 얼리길 반복했고 마지막 부검 땐 시신에서 일부 부패 조짐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수브라마니암 사타시밤 말레이 보건부 장관은 김정남의 시신이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는 보도를 부인했지만 방부처리 여부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한편 김인룡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13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은 VX를 제조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나라고, 한국에 이런 화학무기를 비축하고 있다"면서 김정남 공격을 목적으로 한국에서 독극물이 반입됐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차석대사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 할만한 다른 근거를 제시하진 않았다.
그는 "이번 사건은 처음부터 끝까지 미국과 한국 정부가 저지른 무모한 행동의 산물"이라면서 "우리를 나쁘게 만들고 사회주의 체제 (이미지를) 끌어내리려는 위험한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있다"며 한국과 미국을 싸잡아 비난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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