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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투병 후 얻은 남다른 시선, 인생의 ‘또 다른 붓’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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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극복’ 김선숙 작가, 뉴욕서 개인전

김선숙 작가 [사진=김선숙 작가]

김선숙 작가 [사진=김선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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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암 수술을 통해 죽음을 가까이 느꼈다. 덕분에 살아있는 것의 소중함과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화가 김선숙(38)은 2015년 11월 유방암 2기 진단을 받았다. 그해 12월 초부터 수술과 투병을 하느라 작품 활동을 잠시 중단했다. 항암과 방사선치료는 하지 않았지만 수술은 피할 수 없었다. 앞으로 5년 동안 호르몬과 약물 치료를 해야 한다. 화가는 "진단을 받을 때 서른여섯 살이었다. 암에 대해 상상해 본 적도 없었다. 당시 암 크기가 직경 2.77㎝였다. 오른쪽 가슴을 절제한다는 사실이 섬뜩하면서도 신체를 동그랗게 퍼낸다는 사실이 매우 신기했다"고 했다.
좌절도 화가의 예술혼을 꺾지는 못했다. 기회도 찾아왔다. 김선숙은 미국 뉴욕 로어맨해튼에 있는 에이블 파인아트 뉴욕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지난 2일 시작해 오는 15일까지 계속된다. 작품 스물여섯 점을 걸었다. 해외에서 처음 연 개인전이다. 게다가 문화의 중심인 뉴욕이다. 지난해 5월 '붉은 지붕' 시리즈로 같은 갤러리 서울지점(종로구 인사동)에서 개인전을 연 인연이 이어졌다.

화가는 "수술 후 투병 중일 때 갤러리 쪽에서 초대전을 제안했다. 진통제로 버티며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막상 전시를 계획하자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더 확고해졌다. 빨리 건강을 회복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How ugly I am._77×61cm_Acrylic,oilbar on paper_2016(사진 왼쪽), Breast Pancake_60×58.3cm_Acrylic,oilbar on paper_2016

How ugly I am._77×61cm_Acrylic,oilbar on paper_2016(사진 왼쪽), Breast Pancake_60×58.3cm_Acrylic,oilbar on paper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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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전에는 자신의 감정에 맞춰 집, 지붕, 화살 등 상징적 요소를 많이 표현했다. 수술 후에는 신체 변화에 따른 자화상을 많이 그렸다. 그는 "수술 전에는 행복을 누리기보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이 많았다. 친구와 커피를 마시거나 잠을 자는 시간에도 인색했다. 지나치게 예민하고 감각이 곤두서 있었다. 그 예민함이 작업에 도움이 됐지만, 실제 생활을 하는 데 감정 소모가 많았다"고 했다.

김선숙의 성격은 수술 후 밝고 긍정적인 면이 더 강해졌다. 담담히 그 동안의 이야기를 풀어낼 정도다. 이제는 남과 다른 시선과 감각 덕분에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낯선 시선으로 나의 존재를 마지막까지 그림으로 남기겠다는 작가로서의 꿈을 전시제목(꿈꾸는 이방인·Dreaming Stranger)으로 정했다. 지금은 마음과 생활에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한다."

가슴에 상징성, 여성성을 담은 구호는 없다. 수술이 그에게 너무 큰 충격이었기에 질병과 고통의 상징으로 그렸다. 그 고통을 유머로 승화시켰다. '브레스트 팬케이크', 'C컵 플리즈' 같은 제목이 화가의 내면을 표현한다. "얼마나 오래 혼자 울고 견뎠는지를 그림에 담고 싶지 않았다. 가슴 절제수술을 팬케이크 만들기라고 상상했다. 수술 후 지혈이 잘 안 될 때 다시는 붉은 색을 쓰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나중엔 빨간 폭죽이 터지는 것으로 표현했다."

C cup, Plz._29×19cm_mixed media on paper_2016(사진 왼쪽), Family_101.5×76cm_Acrylic on canvas_2016

C cup, Plz._29×19cm_mixed media on paper_2016(사진 왼쪽), Family_101.5×76cm_Acrylic on canvas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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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숙의 작품은 매우 직접적이고 솔직하다. 감정을 제한하거나 다듬지 않는다. 가슴이 세 개이거나 짝짝이인 자화상, 피, 칼 등이 여과 없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림 속 주인공은 언제나 웃고 있다. 화가는 "불편해하는 분이 계시다. 하지만 유방암 환자의 고통은 그림보다 더 잔혹하다. 때문에 외로움도 오롯이 환자 몫이다. 삶이 때로는 잔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것을 끝내 이겨내고 소소한 행복에 감사할 수 있는 지혜가 있다. 그래서 팔, 다리, 가슴이 잘리고 피를 흘리고 있어도 얼굴은 웃고 있다"고 했다.

예술가로서 위기감도 있었지만, 남편과 아들 덕분에 극복할 수 있었다. 그는 "좌절할 때마다 남편과 아들이 격려해 힘이 되었다. 수술 후 항암, 방사선 치료까지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었기에 여덟 살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했다. 아들에게 어떤 병에 걸렸는지, 얼마나 힘든지 솔직히 설명하고 도와 달라고도 했다. 아들을 위해서라도 현실을 이겨내고 더 행복해져야 한다"고 했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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