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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텔 파파…아빠가 '악당' 장난감에 올인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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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니의 <스마트아빠 경제학> - 허리 휘더라도 계속 사게 만드는 로봇 완구의 비밀

대한민국 아빠들이라면 한번쯤 할법한 생각. "왜 이렇게 돈이 많이 들지?" 아이가 장난감을 사 달라 조를 때마다 입에선 "안 돼"라는 말이 자동 재생됩니다. 사교육비는 왜 그리 비싸고, 애들만 노는 키즈파크에서 왜 성인 입장료를 받는지 원…. 혹시나 육아과정에서 헛돈 쓴 건 아닐까, 상술에 놀아나지 않을까 걱정되는 아빠들을 위해 '스마트'한 소비 가이드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사도 사도 끝이 없는 로봇 완구 시리즈에 대해 알아봅니다.

'터닝메카드 W'에 등장하는 윙라이온. (이미지 출처 = KBS2)

'터닝메카드 W'에 등장하는 윙라이온. (이미지 출처 = KB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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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따라, 인기 따라 널뛰는 가격
[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 은평구에 사는 A씨는 최근 아이의 생일 선물을 온라인으로 사려다 깜짝 놀랐습니다. 지난 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1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었던 '터닝메카드 W - 윙라이온'이 온라인에서 정가의 약 35%가 할인된 8만원대에 판매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터닝메카드 시리즈는 자석 카드(메카드)를 자동차(터닝카)에 갖다 대면 각종 로봇(메카니멀)으로 변신하는 완구입니다. 윙라이온은 애니메이션 시즌2 '터닝메카드 W'에 새로 등장한 사자 모양 로봇이지요. 큼직하고 멋지게 생겨 아이들의 '잇(it) 아이템'이 됐습니다. A씨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가까스로 온라인 중고장터를 통해 '윙라이언'을 구했던 기억이 스쳤습니다. "아… 대목 끝나고 한달 후에 살걸"하는 후회도 들었죠.

강남구에 사는 B씨도 로봇 장난감에 슬슬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아들이 있습니다. B씨는 대형 쇼핑몰에 들를 때마다 7000원대에 할인판매하는 터닝메카드를 삽니다. 정가(2만1000원)의 반도 안되는 가격이죠. 하지만 할인 판매하는 로봇은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고 오래된 캐릭터이거나 악당 캐릭터가 많습니다. B씨는 "멋지게 생긴 정의의 사도는 돈이 비싸다"는 진리를 깨우쳤습니다. 수요-공급-가격 결정의 법칙을 완구류만큼 철저히 지키는 분야도 흔치 않을 겁니다.

다행히 아이는 괴조, 거대 도마뱀 등으로 변신하는 악당 로봇을 잘 가지고 놉니다. 하지만 어린 아들이 지금 가지고 노는 값싼 도마뱀형 메카니멀보다 멋지고 비싼 제품이 있음을 깨닫게 되는 날에는 B씨의 호주머니도 조금 더 가벼워지겠죠.
초합금혼 '가라다K7'과 '더블라스M2' (이미지 출처 = 반다이)

초합금혼 '가라다K7'과 '더블라스M2' (이미지 출처 = 반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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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당 캐릭터 완구의 '불문율'
악당로봇이 캐릭터 장난감으로 만들어진 역사는 길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보다 다양해진 소비자 기호를 만족시키기 위해 악당 로봇을 주인공과 비교해도 손색 없을 정도로 멋지게 디자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완구의 가격이 철저히 캐릭터의 인기에 비례한다는 원칙은 변치 않습니다. 주인공 캐릭터 완구보다 더 비싼 악당 캐릭터 완구도 극히 드뭅니다. 불문율에 가깝죠. 사례를 볼까요. 일본의 완구회사 반다이는 20년 전인 1997년부터 '초합금 혼(超合金魂)'이라는 프리미엄급 피규어를 제작 판매합니다. 1970~1980년대 인기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로봇을 손가락 하나하나까지 움직일 수 있도록 정교하게 제작한 프리미엄 피규어 완구입니다.

그런데 100여종의 초합금혼 캐릭터 중 악당 로봇은 단 2기에 불과합니다. 애니메이션 '마징가Z'에 등장하는 '가라다 k7'과 '더블라스m2'라는 로봇들인데요. 1, 2회 에피소드에 등장해 주인공 로봇에게 처참하게 파괴되는 수모를 당합니다.

'가라다 k7'과 '더블라스 m2'는 오랜 세월동안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회자되며 존재감을 과시한 악당들이지만 완구의 세계는 냉철했습니다. 전체 시리즈 중 가격이 최하위권에 속했어요. 끝에서 6번째로 저렴했죠. 가장 비싼 'DX 초합금혼 마징가 Z(3만6740엔)'의 6분의 1수준입니다.

꼴찌는 애니메이션 마징가z 시리즈에 등장하는 여성형 로봇들과 비교적 투박하게 생긴 'OVA판 마징가Z'가 차지했습니다. '남성적 매력', '정의', '영웅'을 주요 가치로 여기는 로봇 애니메이션에서 여성과 악당이 설 자리는 없었습니다. 초합금혼 '가라다 K7' 피규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제품 상자에 할인 스티커를 붙여야 했습니다.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악당 '스타스크림'은 악역이지만 꽤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미지 출처 = 해즈브로)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악당 '스타스크림'은 악역이지만 꽤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미지 출처 = 해즈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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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에 휘몰리는 '스토리'
미국 완구회사 해즈브로(HASBRO)의 사업 전략은 관련 업계의 바이블로 통합니다. 이 회사는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로봇 완구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판매하지요. 트랜스포머 정보를 게재하는 사이트 'TF위키'에 따르면 해즈브로는 캐릭터 장난감을 팔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 많은 부분이 애니메이션 '트랜스포머'와 관련돼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스토리는 장난감 판매량을 늘린다는 목적을 위해 변화무쌍하게 바뀝니다.

해즈브로는 띄울 캐릭터와 버릴 캐릭터를 철저히 구분합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인기 있을 만한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죠. 인기가 없어 더이상 팔리지 않는 캐릭터는 애니메이션에서 제거 1순위입니다. 반면 새로운 캐릭터는 애니메이션 포스터에서 우뚝 서서 존재감을 과시합니다. 악당 캐릭터지만 인기가 있다면 오리지널 세계관과 다른 평행세계를 설정해 착한 역할을 맡기기도 합니다.

로봇 만화의 수많은 클리셰들도 이렇게 탄생했죠. 새로 등장한 캐릭터는 자신의 장점(변신 등)을 장황하게 설명하고 시나리오가 작위적으로 만든 특수상황 속에서 활약합니다. 이전 작에서 나왔던 캐릭터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한번 죽였다가 업그레이드한 모습으로 부활시키기도 합니다. 캐릭터가 인기가 있으면 명백히 죽어야할 상황인데도 죽지 않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장난감 판매 실적이 형편없거나 생산계획이 바뀌면 만화가 급작스레 완결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트랜스포머가 탄생한 1983년만 해도 로봇 완구가 한번 나오면 적어도 1~2년간 가게 선반에 머무를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 주기가 훨씬 짧아졌습니다. 빠른 결정으로 최대한 이윤을 창출하는 게 기업의 목적이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대신 최대한 자연스러운 결말을 만들어내기 위해 시나리오 작가들이 고생을 할 수 밖에요.

지난해 마텔에 인수된 우리나라 완구회사 손오공도 해즈브로와 유사한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터닝메카드'는 손오공에서 분사한 초이락컨텐츠팩토리가 기획한 작품인데요. 이 회사는 두번째 시리즈인 '터닝메카드 W'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대거 등장시켰습니다. '날개(Wing)'를 의미하는 알파벳 'W'가 붙은 작품명에서 알 수 있듯 날개 달린 메카니멀 '윙라이온', '카이온' 등의 대형 캐릭터가 추가됐죠. 고가의 대형 완구를 팔기 위한 전략이 깔린 스토리라고 할 수 있겠네요.

시즌 1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끈 로봇 캐릭터 '에반'이 불의의 사고로 주인공 곁을 잠시 떠나게 됐다는 설정은 트랜스포머의 '부활' 클리셰를 떠올리게 합니다. 신캐릭터인 윙라이온을 띄우기 위해 에반의 활약 비중을 작중에서 살짝 줄였습니다. 이 역시 해즈브로의 '선택과 집중' 전략과 비슷하죠.

2015년 5월 터닝메카드 시즌2가 방영 된다는 소식에 관련 완구를 제작하던 손오공의 주가가 2배 가까이 급등했었습니다. 애니메이션-완구 연계 전략이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좋은 증거겠지요.

이렇듯 아이들의 파란 동심을 농단하는 완구회사의 전략은 치밀하기 그지 없습니다. 스마트한 아빠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거 다 상술이야"라고 무턱대고 말을 끊는 아빠는 별로네요. 그것보단 인기 없는 캐릭터들의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직접 구상해서 아이에게 들려주면 어떨까요. 해즈브로의 시나리오 작가들을 벤치마킹해서 말입니다.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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