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정사실, 지폐 '생사' 결정…종이뭉치로 분쇄, '車 방진재'로 활용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설 연휴를 맞아 시중에 풀린 새 돈은 약 5조5000억원. 하지만 '탄생'과 '죽음'은 돈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빳빳한 신권으로 건네진 세뱃돈도 수명이 다하면 폐기되는 운명을 맞게 된다.
구권은 그 수명이 더 짧았다. 1만원권은 2000년 기준 약 4년, 2005년엔 5년2개월이면 수명이 다하는 걸로 파악됐었다. 2005년 기준 5000원권의 수명은 2년3개월, 1000원권은 2년4개월에 불과했다. 신권의 수명이 늘어난 건 '돈 종이'의 품질이 대폭 개선되면서다. 한국조폐공사가 2005년 은행권 용지제조시설을 신축하면서 종이를 끊어질 때까지 접었다 펴는 횟수(내절도)와 인장강도가 크게 늘어났다.
사람들의 손에서 손을 거쳐 유통되던 지폐는 한국은행의 '정사실'에서 '생사(生死)'를 판정받는다. 이곳의 자동정사기는 1000장에 이르는 지폐의 운명을 33초만에 결정한다. 이 기계는 내부의 센서를 통해 사용권과 손상권을 구분짓는데, 사용이 가능하다고 판정된 돈은 100장 단위로 정리해 배출한다. 반면 손상지폐로 판정된 경우 분쇄와 압축을 거쳐 원기둥 모양의 종이 뭉치로 걸러져 나온다. 지난해 폐기된 지폐는 5억5000만장으로 5톤(t) 트럭 93대분으로, 차곡차곡 쌓으면 백두산(2750m) 높이의 20배에 달한다.
종이 뭉치로 폐기됐다고 해서 돈의 일생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100% 면으로 만들어진 지폐는 과거에는 건축용 바닥재로, 지금은 자동차 방진재로 활용된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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