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원다라 기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로 벼랑끝에 몰린 삼성전자 를 향한 '글로벌 갱업(gang upㆍ집단 공격)'이 노골화되고 있다. 기업의 범죄행위에 민감한 선진국들이 도입하고 있는 해외부패방지법(FCPAㆍForeign Corrupt Practices Act) 적용 사례가 될 경우 삼성전자는 대규모 과징금을 물게 되거나 영업활동에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18일 "아직까지는 혐의에 그치고 있는 만큼 미국ㆍ중국 등 외신에서도 지켜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라면서도 "총수가 구속된다면 해외에서도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되며 소송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삼성그룹이 해외 경쟁자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이유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보호주의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커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이미 자국 기업을 보호하려는 추세가 강한데, 이런 상황에서 '뇌물', '횡령'이라는 민감한 단어로 경쟁 기업들에게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자금을 지원했다는 기존 입장과는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며 "대가를 바라고 돈을 낸 것이 아닌데 해외 사업까지 타격을 받게 되면 지은 죄에 비해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만약 우리 법원이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를 인용하고 향후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뇌물죄를 적용한다면 미국 사법당국이 삼성전자를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해외부패방지법을 어긴 사례로 규정할 수 있다. 단순히 벌금 부과뿐 아니라 중요 사업 파트너가 법 위반을 들어 계약을 거부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동통신사, 유통사 들이 계약해지를 요구할 가능성도 높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포화 상태인 ITㆍ전자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진 시장 공략에 공을 들였는데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찔하다"며 "총수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사업까지 영향을 받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계 시장점유율이 커지고 있는 중국의 반응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의 경우 미국, 유럽 등에 비해서는 부패방지법이 강력하지는 않다. 그러나 최근 자국 기업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 만큼 언제 태도를 바꿔 삼성을 압박할 지 모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미 중국은 전기차배터리 사업에서도 삼성을 비롯한 국내 업체를 압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관련 법이 없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라며 "범죄 기업으로 낙인찍힐 경우 언제든 돌아설 가능성이 있는 곳이 중국"이라고 전했다.
삼성의 각종 사업과 직접 연결되는 1ㆍ2차 협력사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 삼성물산 등 9개 주요 계열사의 1ㆍ2차 협력업체는 총 4300여개, 고용 직원은 6만3000여명, 직원들의 가족 수는 20여만명에 이른다. 삼성전자의 주요 협력사 대표 A씨는 "해외 진출시 '삼성전자 협력사'라는 점이 프리미엄이 됐지만 앞으로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역전될 것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협력사 대표는 "삼성전자 협력사의 대부분이 중견 기업 또는 중소기업인 만큼 삼성전자 매출 의존도가 크게는 90% 이상"이라며 "지금 상황은 단순히 이재용 부회장이나 삼성의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협력사의 운명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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