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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화보 찍은 여배우는 아무데서나 벗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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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민우회 포럼…"흥행 도구로 여성 이용, 영화계 관행 뿌리 뽑아야"

제공=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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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금보령 기자] 합의 되지 않은 강간 장면을 찍은 여성 배우 A씨가 상대역을 맡았던 남성 배우를 고소했지만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불가피한 신체 접촉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연기였기 때문에 고의가 없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문제는 서로 간 촬영 장면에 대한 이해 정도가 달랐다는 점이다. 피해자는 해당 장면을 찍을 때 가정폭력의 일부분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고 강간 연기를 하는 것도 몰랐다. 장면에 맞는 동선도 짜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메이킹 필름을 보면 촬영 직전 감독은 남성 배우만 따로 불러 '옷을 확 찢어 버려라'라고 얘기한다. 촬영이 들어가자 가슴을 움켜잡고 벗기는 장면까지 직접 시연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영화계의 특수성, 예술의 영역으로 치부하면서 무죄 판결을 내렸다.

16일 한국여성민우회에서 주최한 '그건 연기가 아니라 성폭력입니다'라는 포럼이 열렸다. 전문가들은 영화라는 재연의 장에서 여성을 대상화 하는 것이 너무나 쉽다고 지적한다. 정하경주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여성 배우를 캐릭터가 아닌 흥행을 위해 노출하는 존재로 왜곡된 통념을 일삼는 영화계의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배우 곽현화씨는 "노출 문제로 대질심문을 할 때 감독이 다른 영화에선 그런 장면이 나왔는데 내 영화에서는 왜 안되느냐고 얘기를 했다"며 "노출 장면을 찍었던 여성 배우면 어느 장면에다가 다 갖다 써도 상관없다는 건지, 내가 이 사람에게 있어서 배우인지. 돈 벌려고 쓰인 도구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을 도구로 삼는 성 차별적 시각은 여성혐오로 표현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손희정 연세대학교 젠더연구소 연구원은 "재연으로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것은 현실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며 "재연의 장에서 여성을 대상화하는 것은 종종 현실에서 현장에서 성폭력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손 연구원은 "여성을 대상화 한다는 건 한낱 물건으로 취급하는 것이고 여성혐오 문화는 이런 대상화에 기반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성 차별 조항을 추가한 '혐오표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이수연 박사는 '온라인 성차별성 모니터링 및 모니터링 도구 개발 연구보고서'를 통해 성별에 근거한 혐오발언을 금지하는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9대 의회에서 당시 안효대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혐오금지법에 성 차별을 혐오의 근거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이 박사는 "여성차별 속에 여성혐오가 들어갈 수 있다"며 "여성차별이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여성차별이라는 단어로 충분히 표현하지 못해서 여성혐오라는 단어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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