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기소로 피고인 신분이 돼 재판을 받는 관련자 중 현재까지 혐의를 온전히 인정한 이는 하나도 없다. '대체로 인정한다'거나 비교적 반성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이들도 공소사실의 뼈대인 공모관계를 부인하는 등의 방식으로 저마다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 데 골몰한 모습이다.
최씨의 경우 직권남용과 강요, 증거인멸 교사 등 검찰의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안 전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만 따랐을 뿐 최씨와 공모한 일은 없다'는 취지로 공소사실의 중요 축을 피해가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정 비서관 또한 청와대 비밀문서를 최씨에게 유출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박 대통령과의 공모 혐의는 부인했다. 최씨가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태블릿PC의 증거능력을 부정할 때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던 정 전 비서관은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변호인을 통해 증거의 훼손 가능성을 제기하며 검증을 요구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꿨다.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는 영재센터 후원금을 삼성 등에 요구한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삼성이) 강요에 의해 후원금을 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하며 공소사실을 무력화시키려 했다.
주요 피고인 중 누구도 사실관계와 공소사실을 전체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이르면 내주부터 주 2~4회 공판을 여는 집중심리로 사태의 실체에 다가가겠다는 입장이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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