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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불법분양, '당첨 취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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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분양, 현행법에 따라 분양 취소도 가능
"집주인 수차례 바뀌면 사실상 취소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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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정부가 청약통장을 블법 거래했거나 위장결혼 등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특히 서울 강남권과 같이 투자수익이 높은 곳에서 부동산 시장을 교란시킨 사람들을 찾아내 형사처벌 뿐 아니라 분양을 취소시키는 강수를 두고 있다. 하지만 수차례 집주인이 바뀐 경우 사실상 분양 취소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아 처벌의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서울 강남구 세곡동에서 분양한 두 아파트 단지 599가구 가운데 위장 결혼 등으로 불법 분양을 받은 56가구의 정보를 경찰로부터 넘겨받아 관할 지자체인 서울 강남구에 통보했다고 24일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법에 따라 불법행위로 분양을 받으면 분양을 취소할 수 있다"면서 "해당 지자체가 시행사에 통보해 분양 취소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두 아파트 단지를 조사한 결과 청약 통장 브로커 고모(48)씨 등 2명이 구속됐고, 이동식중개업소(떴다방)로 불리는 분양권 알선 업자, 불법 당첨자, 전매 제한 기간 위반자 등 232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구속된 고 씨의 경우 다자녀 특별공급으로 아파트 분양을 받기 위해 위장 결혼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2009년부터 5년간 아파트 청약을 위해 서류상으로 세 차례나 결혼했다.

이번에 적발된 사람들처럼 주택공급 질서를 교란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와 함께 분양이 취소되고 500만원 범위 내에서 과태료도 물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경찰이 조사를 마치고 법원으로 넘겨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소 단계에서 드러난 사실을 국토부에 통보해 후속 절차가 사전에 이뤄질 수 있게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분양 계약 취소가 실제 이뤄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전문 투기꾼들은 분양 직후 단기간에 전매 차익을 보고 팔아넘긴다"면서 "전매제한 기간은 크게 문제가 안 된다"고 전했다. 이어 "이미 입주를 마쳤기 때문에 수차례 주인이 바뀌었을 것"이라며 "최초 분양자가 불법을 저질렀다고 해도 현재 주인에게 그 죄를 묻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경찰이 집중 조사한 두 단지의 경우 전체의 32%인 193가구가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불법으로 거래됐다. 그 만큼 시세차익이 커 단기간에 이익을 보려는 이들이 불법거래에 나섰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014년 분양한 두 단지는 강남구 평균 시세의 80% 수준에 분양가가 책정됐다. 당초 보금자리주택지구에 포함됐으나 박근혜 정부 들어 보금자리주택 정책을 축소하면서 민간으로 토지가 매각, 전매 차익을 노린 투기 수요들이 몰려들었다.

앞서 이들 단지의 청약 경쟁률은 최고 220대1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이에 브로커들은 분양권 야(夜)시장을 열어 1억5000만~2억원의 웃돈을 받고 분양권을 사고팔았다. 한 아파트의 분양가는 전용 92㎡형이 7억원 선, 또 다른 아파트는 전용 114㎡가 9억원 선이었다. 그러나 수도권 주택 경기가 호황을 누리고 투기꾼이 몰려들어 2억~3억원의 웃돈이 형성됐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두 단지는 SRT가 오가는 수서역사와 가깝고 상권이 형성된 지하철 3호선 수서역과도 인접해 여러 보금자리주택지구 중에서도 관심이 높았다"면서 "정권이 바뀌고 보금자리주택사업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공공에 공급될 물량이 민간에게 넘어간 것이어서, 결국 정부가 투기꾼들에게 빌미를 줬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11·3부동산대책에서 발표한 조정지역과 청약 과열 지역을 중심으로 연말까지 불법행위를 집중 단속한다. 국토부와 지자체 관계자로 꾸려진 25개조 50여명의 합동점검반이 투입돼 분양권 불법전매와 청약통장 불법거래, 이동식중개업소(떴다방) 등을 적발하게 된다. 국토부는 내년 1월부터 다운계약 등 실거래가를 허위신고한 당사자가 자진해서 위반사실을 신고하면 과태료를 감면해 주는 '리니언시' 제도를 시행하는 등 부동산시장의 불법 행위를 철저하게 근절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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