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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만리]주산지, 봄·여름·가을…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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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송 주산지-태고의 자연이 빚은 풍경을 따라가는 늦가을 여정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그리고 봄'은 신비롭고 몽환적인 주산지의 사계를 잘 담고 있다. 이맘때의 주산지는 만추의 풍경과 겨울을 앞둔 차분함이 공존하며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그리고 봄'은 신비롭고 몽환적인 주산지의 사계를 잘 담고 있다. 이맘때의 주산지는 만추의 풍경과 겨울을 앞둔 차분함이 공존하며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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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산지로 드는 숲길은 포근하고 정겹다. 아침햇살이 비추는 숲길을 따라 여행객이 주산지로 향하고 있다.

주산지로 드는 숲길은 포근하고 정겹다. 아침햇살이 비추는 숲길을 따라 여행객이 주산지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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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주산지의 가을이 아침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물안개 핀 연못에 단풍과 산그림자가 또 하나의 그림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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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새벽의 푸른 어둠이 깔리면 물안개가 피어오릅니다. 태고부터 시작된 생명의 숨결이 곳곳에서 꿈틀거립니다. 적막(寂寞)을 깨는 잉어와 산새들의 분주함이 물결의 일렁임을 만듭니다. 동살이 주왕산을 넘어 주산지에 파고듭니다. 울퉁불퉁 고목나무가 빛을 받아 기지개를 폅니다. 잠자던 신비가 하나둘 세상과 만남을 시작합니다. 물속에 제 몸뚱이를 담근 왕버들은 긴 그림자를 드리운 채 물 위와 물 표면에 또 하나의 닮은꼴 세상을 펼쳐냅니다. 산 그림자 따라 물안개가 춤을 추고 만추의 단풍은 밝음을 더해갑니다. 바스락 바스락 이어지는 여행객의 발걸음조차 풍경 속에 잠깁니다. 깊어진 가을날 태초의 신비를 간직한 청송 주산지를 품어봅니다.

붉게 타올랐던 단풍들이 하나둘 고개를 떨군다. 올가을이 가기 전 마지막 여행지를 찾아 주산지로 간다.
지난 주말 새벽 5시30분. 주차장은 만추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호젓한 산길(800m)을 걸어 오른다. 태초의 신비를 간직한 주산지는 아직 단잠에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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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산 국립공원 남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주산지는 1721년 조선 경종 원년에 완공됐다. 둑 옆 비석엔 '둑을 쌓고 물을 막아 만인에게 혜택을 베푸니 그 뜻을 잊지 말자'란 글귀가 새겨져 있다.

'푸드덕~.' 긴 적막을 깨고 새 한마리가 저수지를 박차고 올랐다. 물안개가 너울너울 춤을 추기 시작했다. 왕버들과 수양버들이 단풍과 어우러져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햇살이 왕버들나무 머리에 걸렸다. 가슴 벅차고 떨리는 순간이다. 황홀하고 환상적인 이미지가 교차한 주산지의 아침은 이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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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 여기저기에 나무들이 떠 있다. 몸뚱이는 물 밖으로 내놓았지만 뿌리는 물속에 깊이 박혀 있다. 나무는 물 위로 긴 그림자를 드리운 채 닮은꼴 세상을 펼쳐낸다. 주산지의 보물인 300여년 묵은 왕버드나무들이 펼쳐내는 풍경은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다. 물속에 잠긴 것도, 물 밖에 나온 것도 왕버들이다. 호수에 밑둥치가 잠긴 나무는 가지가 축축 늘어진 여느 버드나무와 달리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고 있다. 막바지 단풍을 매단 고목의 울퉁불퉁한 줄기는 물그림자로 수면에 고스란히 비친다.
산책길을 따라 100m 정도 가면 나무데크로 꾸며놓은 전망대다. 주산지의 환상적인 가을을 조망할 수 있는 명당자리다. 왕버들과 연못이 빚어내는 절경에 배경으로 자리한 단풍숲이 한눈에 들어온다. 만추의 주산지를 찾은 사람들 속에서 재롱을 부리듯 한 무리의 잉어 떼가 나무 주변을 맴돈다. 풍광에 넋이 나간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듯 물결의 일렁임이 거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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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산지가 유명해진 것은 2003년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촬영지로 알려지면서부터다. 촬영은 주산지에 50여평 규모의 바지선을 띄우고 그 위에 암자를 지었다. 영화 속엔 주산지의 아름다운 사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세트장은 자연보존을 위해 촬영 직후 철거돼 지금은 흔적조차 없다.

한참 동안 물속에 잠긴 나무와 그림자를 지켜보는 사이 아침 햇살이 온전히 주산지를 품었다. 산 그림자가 내려앉은 주산지에 묘한 적막감과 평온함이 밀려온다. 햇살을 받아 노란 듯 붉은 듯한 물안개가 다시 너울너울 춤을 춘다. 연못 한가운데서 쪽배를 타고 까까머리 동자승이 아침 공양을 청하는 따뜻한 손길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주산지(청송)=글ㆍ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

◇여행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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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길= 중앙고속도로 이용, 서안동IC를 나와 우회전해 34번 국도에서 안동 외곽 순환로를 타고 갈현을 지나면 청송군이다. 31번 국도와 914번 지방도 영덕방향으로 6㎞ 정도 가다 부동면소재지 전 사거리에서 주산지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해 1.5㎞ 정도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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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 주왕산국립공원과 대전사(사진), 송소고택, 절골계곡, 방호정, 얼음골, 달기약수, 달기폭포, 백석탄, 신성계곡, 청송양수발전소 등이 있다.

▲먹거리=주왕산 관광단지에는 산채비빔밥, 산채정식, 칼국수 등을 내놓는 식당이 많다. 인근 달기약수는 철분이 섞여 있어 마시면 톡 쏘는 맛이 별미다. 얼거나 마르지 않으며 사시사철 물의 양이 똑같다는 약수로 끓인 닭백숙의 맛은 좋다. 달기약수터에 닭백숙촌이 형성되어 있다. 이외에도 단단한 과육과 당도가 높은 청소사과(사진)가 유명하다.

▲잠자리=조선시대 만석꾼인 청송심씨 고택인 송소고택에서 한옥체험을 할 수 있다. 주왕산국립공원 입구에는 '주왕산 상의오토캠핑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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