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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詩] 아프리카 2/정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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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초원에 동물들이 전력 질주한다
사자가 얼룩말을 추격하고
아이들이 맨발로 뛴다
가느다란 다리가 기린을 닮았다
기린은 긴 다리로 사자의 턱을 으스러뜨린다
사자의 몸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가 떨어진다

수만 마리 누우 떼가 언덕을 뛰어내려 간다
앞발이 꺾이고, 강바닥에 처박히고 앞의 놈이
앞의 놈을 밟고 지나간다
악어가 매복해서 아가리를 벌리고 있다
독수리가 죽음의 냄새를 맡고 하늘 위에 떠 있다
새끼 누우 한 마리
엄마를 찾아 들판을 달린다
초록의 잡풀이 세렝게티 들판을 덮어 버린다
블랙맘마 한 마리가 발을 스치며 빠르게 사라진다
버팔로 발굽 소리가 지축을 울린다

건기의 아프리카, 아이 하나
절룩이며 강으로 가고 있다
때 묻은 물통 하나 아이를 따라가고 있다

[오후 한詩] 아프리카 2/정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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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일산에 사는데, 일산에는 호수공원이 있다. 그런데 호수공원에는 얼룩말도 없고 기린도 없고 누도 없다. 물론 얼룩말이나 기린을 잡아먹는 사자도 없고, 호수 속에는 악어도 없다. 여기는 한국이니까 얼룩말도 기린도 누도 사자도 악어도 없는 게 당연하다. 당연하지만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든다. 온갖 나무들과 꽃들과 풀들로 쾌적하게 꾸며진 이곳은 과연 자연일까라고 말이다. 답은 명백하다. 결코 아니다. 호수공원은 명칭 그대로 다만 잘 정돈된 공원일 뿐이다. 그곳이 어디든 정말 자연이라면 호랑이부터 곰, 늑대, 삵, 멧돼지, 여우, 너구리, 까치독사, 황구렁이, 살모사, 참매, 수리부엉이가 있어야 하고, 감히 두려워 범접하지 못할 그런 진짜 숲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없다. 우리나라엔 그런 곳이 한 군데도 없다. 그러니까 우리가 사는 이곳은 어쩌면 전부 다 공원인 셈이다. 공원에서 산책이야 할 수 있겠지만, 경이든 외경이든 숭고는 아무리 해도 감득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인간이 안락해진 만큼, 딱 그만큼, 자연은 파괴되었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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