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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수출입 물품의 국적(國籍), '원산지 표시'를 정상화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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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홍욱 관세청장. 관세청 제공

천홍욱 관세청장. 관세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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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국적처럼 세상의 모든 물품에도 원산지가 있다. 원산지는 원칙적으로 생산지역을 기준으로 하는데 굳이 사람으로 치자면 속지주의다. 따라서 한국인 사장이 한국인 직원들을 데리고 중국에 있는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면 원산지가 중국산이 된다.

단 사람은 태어날 당시 국적이 정해져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는 한 국적을 바꿀 수 없는 반면 물품의 원산지는 상황에 따라 바뀐다. 또 농산물이나 수산물은 생산국에 따라 원산지 판정이 상대적으로 쉽지만 공산품은 작업공정에 따라 매우 복잡한 특징을 갖는다.
여러 나라에서 생산된 다양한 부품을 수입해 완성품을 만들 경우도 최종 원산지를 정해야 하는데 이 또한 나라마다 판정기준이 많이 달라 수출입 과정에서 논란이 되곤 한다.

특히 자유무역협정(FTA)이 확산되면서 같은 물건이라도 거래국가에 따라 관세가 달라지는 경우도 생긴다. 심지어 같은 물품을 동일한 국가에 수출해도 거래형태에 따라 관세의 부과 유무가 갈릴 수 있다.

예컨대 유럽산 명품가방은 유럽에서 국내로 수입 시 FTA 특혜를 받아 관세가 면제되지만 유럽회사가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싱가포르에 설립한 물류기지에서 보관하던 명품가방을 국내로 수입하면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바로 운송돼야 한다는 협정(직접 운송원칙)에 저촉되기 때문에 원산지는 유럽산이더라도 관세를 부과받는다. 같은 제품임에도 운송경로에 따라 물품원가가 달라지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이 국산제품을 외국에 수출할 때도 마찬가지다. 직접 운송원칙을 위반하거나 원산지 인정에 필요한 서류를 구비하지 못하면 상대국에 관세를 내야하는 경우도 생긴다. 관세청은 우리 기업이 이 같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업체·제품별로 FTA 컨설팅을 통해 수출을 지원한다.

여기까지는 원산지와 FTA 규정을 서로 갑론을박해 문제를 해결하는 정상적인 절차가 된다. 하지만 고의적인 '원산지 바꿔치기(일명 세탁)'는 별개의 문제다. 일부 수입업자들은 원산지 기준이 맞지 않는 데도 FTA 혜택을 받기 위해 원산지를 허위로 신고, 관세를 납부하지 않다가 세관의 사후 검증과정에서 관세를 추징당한다.

또 '국내 유통단계'에서 원산지를 둔갑시키는 경우도 있다. 포장지에 원산지를 국산으로 표기해 상대적으로 값이 싼 외국 물품을 국산으로 바꿔치기 함으로써 고가에 판매하거나 판매량을 높이는 수법이다.

수입물품은 수입 후 도매업자, 소매업자 등을 거쳐 소비자에게 판매되는데 물품마다 유통경로가 다양하고 도매업자도 여러 단계를 거치게 된다. 까닭에 원산지 세탁을 위해 무자료 거래를 한 경우는 유통경로를 추적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중 원산지 표시위반 단속을 위해 정부는 올해 3월 관세청과 식약처, 농림부, 해수부 등 4개 부처 합동으로 '수입식품안전 특별단속반(TF)'을 출범시켰다. 이른바 원산지 표시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기 위한 조처다. 정부의 이러한 노력으로 관세청은 올해 상반기 3000억원 상당의 원산지표시 위반물품을 적발하기도 했다.

필자가 어렸을 때는 외국산에 대한 선망으로 외제 학용품을 쓰는 친구를 부러워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오히려 외국산을 국산으로 둔갑시키는 행위가 늘고 있다. 국산제품이 대접을 받는 지금이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론 값싼 외국산을 국산으로 둔갑, 부당이득을 취하는 일부 악덕업자의 단속을 위해 범정부 합동 TF까지 구성하는 상황이 안타깝다.

관세청은 올바른 원산지표시 제도의 정착으로 모든 물품이 제품의 품격에 맞는 물격(物格)을 되찾는 그날까지 원산지 표시 정상화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또 수출입 물품의 국적인 원산지가 제대로 표시돼 국민들이 안심하고 외국물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천홍욱 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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