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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의 경제학]구매대기만 최대 6개월…돈 있어도 못 사는 '샤테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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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에 대한 사재기 여전
지갑으로 대리만족도

샤넬 클래식 플랩백 은장(사진출처= 샤넬 공식 홈페이지)

샤넬 클래식 플랩백 은장(사진출처= 샤넬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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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클래식과 코코핸들 라인은 전부 품절입니다."

지난달 31일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 1층 샤넬 매장 앞은 입장을 기다리는 고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매장 안에는 이미 십여명의 고객이 제품을 둘러보고 있었다. 특히 혼수철을 맞아 예물로 가방을 사러온 고객도 상당수였다. 지난달 샤넬 클래식백을 사지 못한 박소정(28ㆍ여)씨는 "롯데본점과 압구정 갤러리아에 5점씩 입고됐다는 것을 전화로 확인하고 달려왔는데 이미 다 팔렸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근 여성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제품인 코코핸들 라인은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려도 최소 2개월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
이날 매장에는 가방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지갑, 명함지갑, 파우치 등을 구경하는 고객들도 많았다. 보통 샤넬 가방 가격이 시즌백의 경우 300만원대부터 시작되지만, 한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가방의 평균 가격은 600만원선이다. 빈티지 2.55 미디움 사이즈 가격은 667만원. 반면 최근 '없어서 못판다'는 샤넬 보이 클러치는 160만원대, 명함지갑은 50만~70만원선이다. 수백만원짜리 가방 대신 파우치와 지갑 등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여성들이 늘면서 관련 제품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것이다. 매장 관계자는 "명함지갑은 입고되는 날짜에 대부분 팔려나가기 때문에 바로 구매하기 어렵다"면서 "매장에 진열해놓기 위해 제품을 꺼내는 순간 판매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고 설명했다.

가격 정책이 '오르락내리락' 제멋대로임에도 불구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샤넬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사재기 광풍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샤넬을 포함한 롯데백화점 올 상반기 해외명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2% 증가했다. 롯데백화점 전체 매출이 2013년 3.9%에서 2014년 1.5%, 지난해 1% 등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높은 성장세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도 명품 매출이 18.3% 신장했다.

지난해 제품 가격을 최대 20% 내리면서 막을 내릴 것 같던 '샤테크(샤넬+재테크)'도 7개월 만에 재점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샤넬은 최근 1년간 제품 가격을 3번이나 조정했다. 지난해 3월 가격 인하 이후 같은 해 11월과 이듬해 3월 가격을 각각 7%, 4.4% 인상했다. 실제로 빈티지 2.55 미디움 사이즈의 가격은 715만원→600만원→639만원→667만원 등으로 바뀌었다.
서울 청담동에서 중고매장을 운영 중인 김수한(가명ㆍ남)씨는 "샤넬은 중고시장에서 에르메스와 함께 가장 인기있는 브랜드"라며 "매년 가격을 올렸기 때문에 재고 물량을 최대한 확보해뒀는데 지난해 가격을 인상하면서 매장에 제품을 구매하려 오는 소비자가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샤넬이 제품 가격을 다시 인상하는 분위기라서 샤테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유럽으로 '원정 쇼핑'도 여전하다. 본사는 글로벌 가격 정책을 맞춘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아직까지 프랑스와 국내에서 가격 차이는 150만원이 훌쩍 넘는다. 지난 7월 출국자 수는 208만6000명으로 지난 1월에 이어 역대 두 번째 많은 규모로 증가했다. 프랑스로 여름 휴가를 다녀온 박진영(30ㆍ여)씨는 "11월 결혼을 앞두고 꾸밈비(시부모가 며느리에게 화장품, 가방 구입 비용을 주는 것)를 미리 받아 가방을 살겸 여행을 다녀왔다"면서 "한국 판매 가격으로 가방과 항공료를 충당했다"고 말했다. 직접구매(직구)와 대신 물건는 사주는 구매대행 시장도 성업 중이다. 국내 포털 사이트에는 구매대행을 해주는 블로그만 수십개가 넘는다.

샤넬의 가격 인상 정책은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싸면 비쌀수록 잘팔리는 '베블린 효과'는 한국 소비시장에서 여전히 통용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명품 소비 규모는 103억달러로, 미국ㆍ일본ㆍ이탈리아ㆍ프랑스 등에 이어 8위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가품에 대한 과시욕이 줄어들기 전까지는 명품의 대한 수요는 이어질 것"이라며 "샤테크뿐만 아니라 시계 재테크인 시테크란 말이 나올 정도로 명품 재테크 역시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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