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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CD금리 담합…공정 대신 '불신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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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이후 4년간 심사 질질 끌다 미봉책
'은행 외견상 담합 행위·정황 존재' 입증 못해 조사부실 지적
"사실관계 확인 곤란해 법위반 여부 결정하기 어렵다" 최종판정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중은행 6곳이 2009년부터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금리를 담합해 왔다는 혐의를 결국 입증하지 못했다.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오간 논의에서 조사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5일 은행 CD금리 담합에 관한 사전브리핑에서 김석호 공정위 상임위원은 심의절차 종료에 대해 “담합 행위에 관해 사실관계의 확인이 곤란해 법 위반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심사관이 제시한 증거가 빈약해 담합이라고 볼 만한 내용이 없었다는 뜻이다. 은밀하게 이뤄지는 담합을 입증하기 위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고려하더라도 공정위가 무리하게 담합을 추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열린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공정위 사무처가 제시한 담합의 근거는 '6개 은행이 외견상 일관된 행위를 했다는 것'과 '담합을 추정할 만한 정황이 존재한다'는 것 두 가지다.
사무처는 CD금리가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않고 지나치게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며 잔존만기가 3개월인 은행채 금리의 움직임과 비교했다. 하지만 은행 측은 만기가 같다는 이유로 장기채인 은행채와 단기자금수단인 CD금리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또 2009년 은행 예금잔액에서 CD는 제외해서 계산하도록 한 예대율 규제 탓에 CD발행이 급격하게 줄어, CD금리가 시장과 무관하게 전날 고시수익률을 기준으로 결정되면서 경직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은행 측 해명이 설득력을 얻었다.

한 상임위원은 “은행들이 CD금리를 높게 유지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추정하면서 왜 대출만 따졌는가. CD금리 담합 여부를 판단할 때 파(par) 발행비율뿐만 아니라 더 높게 발행하는 오버 발행비율까지 포함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조사부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파 발행은 금융투자협회에서 전일 고시한 수익률 수준으로 CD를 발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메신저 채팅으로 담합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정황에 대해서도 전원회의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발행시장협의회 메신저를 통해 이뤄진 이 채팅에는 CD발행을 담당하지 않은 사람도 포함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 상임위원은 “담합은 범법행위인데 이걸 채팅방에서 했다는 것이 이상하다”며 “CD 발행과 직접 관련돼 있지 않은 사람들도 있는데 이런 곳에서 모의가 가능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채팅에 참여한 실무자 대부분이 과장급이라는 점에서 CD금리 결정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도 제기됐다. 은행들이 가산금리로 충분히 수익을 높일 수 있음에도 굳이 CD금리를 담합 대상으로 선택한 유인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캐물었다.

은행들의 행위가 구체적으로 공정거래법상 어떤 경쟁을 제한하고 있는지, 경쟁제한이 구체적으로 어느 시장에서 발생하는지에 대한 소명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 상임위원은 심사보고서에 제도 개선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며 심사관에게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심사보고서 내용 중 일부는 사실관계가 아예 잘못된 부분도 있었다.

농협 측 변호인은 전원회의에서 “공정위가 농협이 특수은행고시수익률을 적용하지 않았다고 지적을 했는데 농협은 기업·산업은행과 달리 CD금리 관련해 특수은행수익률을 적용받지 않는다”며 “이는 심각한 오류”라고 지적했다. 공정위 사무처는 “관련 내용은 철회하도록 하겠다”며 오류를 인정하기도 했다.

이날 8시간에 걸친 전원회의에서 질문이 오갈수록 심사관들은 수세에 몰리게 됐다. 결국 심사관 측이 제시한 6개 은행에 대한 과징금 제재 건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무혐의'가 아닌 '심의종료'로 재조사의 가능성은 열어뒀지만 그 역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정위 관계자는 “확정적인 증거가 나타났을 때 또다시 들여다볼 수 있다”면서도 “현 상태로는 조사절차가 종료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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