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단체 3당, 비대위체제로 운영
갑작스레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게 된 박지원 원내대표는 30일 의원총회에서 최근 당 상황과 관련해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지 않고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정상이 아닌 상황에 우리는 처했다"고 말했다. 다른 당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새누리당은 지난 총선 다음날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사퇴하면서 지도부가 무너져 비대위 체제를 둘러싼 극심한 혼란을 거쳤다. 지난달 30일에야 김희옥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혁신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지만 이후에도 당 사무총장을 둘러싼 갈등을 거쳤다. 이 때문에 불과 40여일 남겨둔 전당대회를 무사히 치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월26일 문재인 전 대표의 사퇴 이후 5개월째 김종인 비대위 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8월말에 지도부를 새로 뽑기로 함에 따라 비대위 체제는 최소 7개월간 유지될 전망이다.
지도체제 문제 뿐만 아니라 실제 정치권의 주요 이슈조차 정치권 자신에 대한 고민이 다수다. 최근 정치권이 주요 뉴스는 지난 총선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받았는지와 국회의원들이 친인척 보좌진 채용에 관한 부분이었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가 주요 이슈였다.
이같은 분위기는 정치권의 약속과는 다른 것이다. 안 전 대표는 지난 교섭단체 연설을 통해 "국민 편에 서서 국회를 바꾸고, 국민의 삶을 바꾸고,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로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를 표방하고 나섰다. 기존 정치가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원인은 양당 정치의 기득권 때문이었다고 질타하면서 제3당의 출현하면 모든게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양당질서를 비집고 정치권에 들어온 국민의당은 국민들이 가장 분노하는 '금전문제'에 휘말려 주요당직자의 법적 처벌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국가와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거나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정치다. 하지만 정치가 오히려 문제 덩어리가 되면 사회에는 재앙이 찾아온다. 브렉시트로 혼란을 겪고 있는 영국사회도 마찬가지다. 전세계를 혼란에 빠뜨린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총선 전략의 일환으로 나왔다. EU탈퇴를 주장하는 일부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보겠다는 표계산이 브렉시트라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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