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해섭 기자]지난 17일 오후 3시30분 광주 북구 동운고가교 부근 운암시장 2층.
무대 오른쪽에서는 접는 의자들에 앉은 아주머니와 아저씨의 머리를 아들 같은 남학생들이 매만지고 있었다.
향장미용학과 방성권(24·3년)씨는 “행사를 하러 올 때마다 머리를 맡기는 단골 어르신도 있다. 친할머니를 대하는 마음으로 가위질을 한다”고 말했다.
무대 맞은편에서는 하얀 옷차림의 호텔조리학과 학생들 떡갈비를 굽는가 하면 샐러드와 소스 얹어 행사장의 상인들과 주민들에게 한 접시씩 돌렸다.
기말시험을 치르자마자 달려온 간호학과 학생들은 혈압과 혈당 등을 체크하고 건강관리 방법을 알려주고 있었다.
두 시간 남짓의 행사가 끝날 무렵에는 상인과 주민 200여 명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전통시장-대학 협력사업에 따라 남부대학교 7개 학과 교수 12명과 학생 120여 명이 운암시장에서 시장 활성화 및 봉사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5개월의 1차 사업에 이어 2차 사업을 지난 4월 시작했으며 오는 12월까지 진행한다. 총 사업비 2억2400만원은 중소기업청이 지원한다.
호텔조리학과는 자체 개발한 헛개 추출물을 넣은 치킨과 경옥고 떡갈비, 하수오 추출물을 섞은 닭갈비 등 특화식품의 조리방법을 상인들에게 전하고 있다. 한방제약개발학과는 한방 감기 차 레시피를 전수했다. IT디자인학과는 상품 포장 패키지를 디자인해 주고 있다. 또 식품영양학과는 위생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남부대 산학협력단 전통시장협력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박정숙(47·간호학과) 교수는 “교수들의 전문지식과 젊은 학생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전통시장에 접목시켜 시장에 생기를 불어 넣고자 정성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수(61) 운암시장상인회장은 “지난해 사업을 처음 할 때는 모든 게 어색했으나 이제 교수와 학생들이 기다려진다. 날이 갈수록 쇠퇴하던 시장에 활기가 돌기 시작해 기쁘다”고 말했다.
운암시장은 문을 연 지 25년이 지나 상가 건물들이 많이 낡았으며 상인 70여 명은 대부분 나이가 많고 영세하다. 시장 내 음식을 파는 식당이 주를 이루고, 일부만 야채·과일·건어물·식육 등을 취급하고 있다.
노해섭 기자 no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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