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E 소형에서 대형 OEM으로 전선 넓혀…삼성·LG와 치킨게임 양상
패널부터 TV 조립 생산라인까지 수직계열화한 뒤 중저가 시장을 장악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가격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IHS는 "지난해 중국 TV 시장은 약 9% 가까이 성장했는데 중소 OEM 업체들의 출하량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면서 "BOE의 급격한 성장으로 가격 인하 압력을 받고 있으며 이는 19, 24인치의 소형 TV에서 현재 32, 43인치까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BOE는 TV OEM 사업에서 수직계열화와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중저가 TV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현재 BOE는 세계 최대 규모 LCD 패널 생산라인인 10.5세대 공장을 짓고 있다. IHS에 따르면 BOE는 중저가 OEM TV를 55인치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BOE에서 OEM 방식으로 TV를 공급 받는 중국 업체 세이키는 미국 시장에서 32인치 HDTV를 140달러, 42인치 UHD TV는 290달러에 수준에 판매하고 있다. 이미 42인치 이하 시장에선 가격 파괴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와 LG전자 도 30인치대 HDTV는 200달러 이하, 40인치대 제품은 300~400달러 수준에 판매하고 있다. 출시 가격을 내렸지만 BOE OEM 제품의 가격에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향후 BOE가 중저가 OEM TV를 대형화 시킬 경우 세계 TV 시장 1, 2위를 나란히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사업에도 빨간 불이 켜질 수 밖에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중국 BOE의 성장은 한국 디스플레이 기술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BOE는 지난 2003년 현대의 디스플레이 사업부문을 담당하던 하이디스를 인수한 뒤 급격하게 성장했다. 당시 최고 수준이었던 한국 LCD 패널 기술과 중국의 막강한 자본력이 만나 만들어낸 결과인 것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BOE는 수년내로 중국 OEM TV 시장을 통일시킨 뒤 자체 브랜드로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며 "중국의 거대 자본을 앞세운 TV 시장의 치킨 게임이 예상돼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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