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들 국가에서 파견근로에 대한 재규제를 하지 못한 이유는 정작 따로 있다고 보아야 한다. 파견근로 자체는 좋은 일자리만은 아니기 때문에 각국은 파견근로의 양질 제고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파견근로 사용을 대폭 허용하되 그 반대급부로서 균등대우원칙을 강화 보완하여 온 것이다. 가령 독일은 2002년 파견 제로 규제 시 균등대우를 강화하였는데, 그 특징은 균등대우원칙 위반 시 파견사업주에 대한 허가를 취소하는 것이다. 굉장히 강한 규제로써, 이 때문에 오늘날 독일에서는 직전 실업자였던 파견근로자와 단체협약에 의한 파견근로자에 대한 차별 정도는 예외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일본은 제조업 파견 확산으로 파견근로 문제가 심각해지자 2012년부터 파견근로 사용 마진율 등 정보공개,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에게 파견계약 해제 시 새 취업기회 조치와 균등임금 수준 노력 의무 등을 부과했다. 2015년 개정법에서는 파견사업을 허가제로 일원화하고 파견근로자 경력형성과 교육훈련 실시 의무화 등 파견사업주에 대한 책임을 가중하였다. 차별시정제도와 같은 법적 강제장치보다 악성 파견사업주의 도태와 강한 파견사업주의 양성으로 사용사업자에 대하여 교섭력을 높여 파견근로자의 처우를 개선하는 전략이 더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파견근로 허용 여부 논란에 빠져 있다. 그럼에도 결코 약하지 않은 차별시정제도를 보유하고 있다. 사실 국내의 차별시정 문제는 독일 등 유럽국가와 다른 면이 있다. 직무급 임금관행이 형성되지 않아 비교 대상 근로자간 연공임금에 따른 합리적 차별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이를 간과한 결과적 차별에 관심을 두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와 같은 연공임금을 보유한 일본이 국내법에 있는 차별시정 제도를 아직까지도 도입하지 못하는 사정을 정확히 대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제조경쟁국인 독일과 일본에서 십수년 전 결론을 내린 파견허용 정책에 비해, 뿌리업무에만 한정하여 파견을 허용하되 파견대가 항목에 직간접인건비와 일반관리비, 파견사업주의 순이익 등을 명시토록 하여 임금차별에 대한 파견사업주의 부담을 가중하는 보완조치도 담고 있는 파견법 개정안에 대한 부정적 과민 반응이 안타깝다. 오늘날 기업에 대한 정규직 고용을 강제할 수단도 없고 그런 정책 환경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기업의 수요를 들어 주되 남용을 차단하는 정책이 모범 답안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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