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섬의 '사건읽기 뉴스日記'
2일 청와대에 전달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의 난(蘭) 소동 얘기다. 예순 네번째 생일을 맞은 박근혜대통령에게 야당의 리더가 오전에 축하 난분을 보냈는데, 청와대에서 세 차례나 받기를 거절했다. 그런데 오후에 태도를 바꿔 다시 받는 촌극이 벌어진다. 그 사이에 포털과 SNS에선 청와대의 '비좁은 그릇'에 혀를 차는 댓글과 의견글이 쏟아졌기에, 그런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오늘 오전 여당은 작심하고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공격하는 '자료'를 냈다. '권력과 더불어 36년 김종인의 말바꾸기'라는 제목을 붙였다. 야당의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 흠집을 내려는 전략일 것이다. 새누리당 권성동 전략기획본부장은 "국보위, 민정당, 민자당, 새천년민주당을 오가며 장관과 국회의원을 하며 권력의 양지만 좇은 철새정치인"이라며 김종인에게 독설을 퍼부었다. 노태우 정권시절에 경제수석을 하면서 2억여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들먹였고 2012년 새누리 비대위원장과 2016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을 오가며 맡은 일도 꼬집었다. 다른 진영으로 간 '과거의 동지'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은, 김종인의 입지를 좁히는 것이 아니라, 여당의 옹색한 그릇과 실밥이 터진 듯한 누추함을 보여주는 것 같아 보는 이가 더 민망하다.
하루 사이에 일어난 두 가지 에피소드는 대통령과 여당의 '그릇'을 보여주는 씁쓸한 예화이다. 굳이 거론할 필요도 없지만, 대통령은 국가 지도자이며 여당은 이 나라를 이끄는 주류 정당이다. 박대통령의 핵심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의 두뇌가 야당으로 간 사실이 황당하고 뼈아프다 할지라도, 혹은 야당이 국회에서 법안을 쥔 채 태업을 벌이는 행위가 밉고 야속하더라도, 대통령과 여당은 품격을 지녀야 하지 않을까. 그 품격이 나라의 기품이 아닐까.이 땅의 큰 수레가 너무 가볍고 얕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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