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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야당에게 묻는다③]야당 정책은 왜 관심을 못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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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정책사령탑 교체·지도부 무관심·이슈의 정치쟁점화에 정책 묻혀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요즘 정치권의 초미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당체질 개선 성패 여부다. 다음달이면 대표 취임 1주년을 맞이하는 문 대표는 '유능한 경제정당위원회'를 만든데 이어 최근에는 전문가 집단 구축에 나서고 있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이수혁 전 국정원 1차장,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에 이어 6일에는 김선현 차의과학대학교 교수를 여성인재 1호로 영입했다.

야당이 변화를 시도하는 핵심에는 정책 강화가 자리잡고 있다. '투쟁정당' '운동권 정당'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국민의 공감을 이끌기 위해서는 전문가를 영입해 정책정당으로 키우는 것만이 살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 같은 몸부림은 그동안 정책에 대한 야당의 관심과 기여도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반증한다.

정책은 그동안 야권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혀왔다. 군사독재시절에는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지만 정작 민생을 어떻게 챙길 것인가에는 소홀했던 결과다. 민병두 민주정책연구원장은 "민주화는 했다. 하지만 어떤 국가를 만들 것이냐고 물으면 정면 돌파를 못한다"고 약점을 꼬집었다.

정책의 취약성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대북 이슈에서만큼은 그나마 집권여당인 새누리당과 차별화됐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서면서 이마저도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대북채널은 거의 끊기다시피했고 여당의 종북 논리에 밀리면서 목소리는 힘을 잃었다. 지난해 여름 남북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도 야당의 역할은 없었다. 결국 8ㆍ25남북합의를 이끈 박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경제발전 등 먹고사는 문제와 관련된 이슈에서는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9월 넷째주 전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경제발전에 노력하는 정당이 어디라고 생각하냐'는 설문에 응답자의 11%만이 야권(당시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을 선택했다. 반면 새누리당이라는 응답은 44%로 야권 지지의 4배에 달했다. 특히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20%를 웃돌았지만 경제발전 기여 부분에서는 겨우 8%의 지지를 얻어 국민적 호응을 얻는 경제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더민주 관계자들은 정책발굴능력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항변한다. 실제로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야당이 내세운 '친환경 무상급식'은 국민의 호응을 얻었고,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정책을 가로막는 요인은 아니라는 얘기다.

가장 큰 문제는 정책라인의 잦은 교체다. 더민주의 경우 지난해 정책사령탑인 정책위의장이 무려 3차례 교체됐다. 이에 따른 정책혼선은 자명하다.

익명을 요구한 더민주 정책위 관계자는 "정책위에서 매일 정책현황보고서를 작성해 올리는데, 강기정 의장 시절에는 '찌라시를 왜 전문위원이 쓰냐'고 해 없앴으나 최재천 의장 때는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해 부활했다"면서 "실무자 입장에서는 업무 예측이 불확실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정책에 대한 지도부의 무관심도 심각하다. 지난해 9월 민병두 의원이 발의한 '민법개정안(일명 불효자식방지법안)'은 한 여론조사에서 70%에 가까운 찬성을 얻었다. 이 법안은 자식이 부양 의무를 저버릴 경우 물려준 재산을 다시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한 내용이 주요 골자다. 하지만 당 지도부 차원에서는 지난해 11월 공식회의석상에서 이종걸 원내대표가 한차례 언급한 게 고작이다.

야당내 대표적인 서민ㆍ비정규직 정책기구인 을지로위원회도 2년간 500건 이상의 청원을 받았으나 법제화로 이어진 사례는 지금까지 겨우 9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성공적인 활동에도 불구하고 당이 전면에 내세우지 않기 때문"이라며 지도부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야당에 몸을 담았더나 현재 활동중인 외부인사들은 이슈의 정치쟁점화가 정책 역량의 발목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는 당의 주류인 운동권의 인식이 바뀔 필요가 있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더민주 경제정당위원회 공동위원장인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당이 정치적 이슈에 흔들리다보니 정책에 관해 효율적으로 의견을 정리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운동권 성향과 중도 사이의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 야당의 러브콜로 인재영입된 강봉균 전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은 현역 시절 "비록 한나라당과 비슷한 정책이라고 해도 합리적이고 방향이 맞다면 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당에는 합리적 의견에도 승복하지 않는 세력이 있다"고 당내 운동권세력을 겨냥해 작심발언을 하기도 했다.

문병주 민주정책연구원 실장은 한 칼럼에서 "진보는 어떤 국가를 만들고 어떤 정치를 하고 집권하는가에 대한 답을 줘야 한다"며 "집권세력이 제안하면 그에 대응하는 수준의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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