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빵값'…똑같은 단팥빵 '900원?1100원?' 매장별 차이나는 이유

#파리바게뜨의 단팥빵의 권장소비자가격은 900원이다. 이에 목동역점과 을지로3가역점 등에서는 900원에 판매하고 있지만 잠실역점, 명동광장점 등에서는 1100원이다. 또한 영등포역과 신촌역 등에서는 1000원에 팔고 있다. 같은 브랜드의 같은 빵인데도 가격이 20% 차이가 나는 셈이다.

#권장소비자가격 1000원인 뚜레쥬르의 단팥빵도 마찬가지다. 종로점에서는 1200원에 판매하는 이 빵은 강남으로 오면 1600원으로 껑충 뛴다. 제일제당사옥점에서는 2000원에 판매한다. 어느 매장에서 사느냐에 따라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이처럼 똑같은 브랜드의 똑같은 빵이라도 가격은 매장마다 천차만별이다. 대부분 비싼 임대료를 내는 지역의 빵값이 더 비싸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커피나 햄버거는 강남에 있다고 해서 가격을 더 올려 받지는 않는다. 유독 베이커리에서만 이런 가격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뭘까.

베이커리 업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상 각 가맹점끼리 가격을 같이 할 경우 오히려 담합으로 걸릴 수 있다"며 "이 때문에 각 매장마다 가격차이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법상 각 가맹점끼리 가격을 같이 할 경우 '부당한 공동행위'(19조1항)에 저촉돼 '담합' 철퇴를 맞는다. 물론 매장들끼리 사전에 가격을 담합한 '정황'이 있어야 해당 법이 성립되지만, 가맹점주들은 일단 논란의 여지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옆동네 빵집과 똑같은 가격에 제품가를 책정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같은 규정 때문에 몇 백미터 간격을 둔 같은 회사의 두 매장이 서로 다른 빵값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고스란히 본사에게로 떠넘겨진다. 소비자들이 프랜차이즈 빵을 이용하는 이유 중 하나가 '어느 매장이든 동일한 품질과 가격의 제품'을 기대하고 찾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사는 가맹점주들에게 '권장소비자가격대로 혹은 그 기준에서 몇 % 이내 수익을 올리는 선에서 제품을 팔아라'라고 강제하지 못한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12조 1항에 따르면 본사는 정당한 이유없이 가맹점 사업자가 취급하는 상품 또는 용역의 가격을 제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사가 이를 위반해 각 매장에 빵값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경우, 공정거래법 29조 '제 판매가격 유지행위 위반'으로 처벌을 받게 된다.

이러다보니 똑같은 베이커리 회사인데도 지역에 따라 빵 가격은 천차만별 차이가 난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