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으로 경영능력 입증해야 할 3, 4세들에게 최적의 데뷔무대
中·日 공세 + 경쟁 심화로 리스크도 부각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재계 3, 4세들이 면세시장을 무대로 약진하고 있다. 수조원 매출이 전망되는 성장사업인 만큼 경영시험대에 연착륙하는 수순으로 인식되는 추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신세계, 두산, 한화 등 대기업의 오너가(家) 3, 4세들이 최근 그룹 면세사업의 핵심 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서원 두산 유통전략담당 전무, 김동선 한화 면세점 태스크포스(TF) 과장이 대표적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경우 올 한해 면세사업을 진두지휘하며 경영자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굳힌 대표적 인물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사태로 중국인관광객 입국자수가 급감하자 중국 현지 관계자들을 찾아 협력을 호소했고, 7월 신규면세점 심사 때에는 실무자들을 찾아 "잘되면 여러분 덕, 안되면 제 탓"이라는 발언을 해 여론의 호응을 얻었다.
관세청이나 인천공항공사 등 면세 사업자를 결정하는 주무기관에 그룹의 진출 의지를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7월과 11월 면세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오너일가가 전면에 나섰던 호텔신라, 신세계, 두산 등이 특허를 획득했다는 사실은 이 같은 분석에 무게를 싣는다.
대외적으로는 후계자로서 자연스럽게 해외 인맥을 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장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해외 브랜드 및 정·재계 인사들과 스킨십하며 인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다만 최근 면세시장을 둘러싼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의 공세와 내부 경쟁 심화 등 안팎의 변화는 리스크로 꼽힌다. 3, 4세를 앞세워 사업을 확장시키는 시점에 되레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재계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이 기대 이상으로 급증하면서 국내 면세시장이 한 순간에 성장했다"면서 "이 정상세를 활용해 안정적인 후계구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만 앞으로의 면세시장이 이제까지처럼 순항할지는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불확실성이 잠재하고 있는 만큼 각 오히려 후계자들의 경영능력이 혹독하게 검증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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