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도 전략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야"

전경련 '국가 전략산업 성공사례 분석' 보고서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최근의 저성장 위기를 극복할 방안으로 민간기업과 함께 국가도 전략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15일 '국가 전략산업 성공사례 분석' 보고서를 내놓고 "1970년대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으로 철강과 석유화학 등 현재의 주력 산업이 탄생한 것과 같이 경제 재도약을 위해 국가차원의 전략산업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아일랜드, 영국의 성공 사례를 분석한 결과 공통적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와 인프라 구축, 규제완화, 세제지원 등이 성공의 바탕이 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부는 집중적인 자본 투자와 인프라 구축을 통해 항공기 MRO(유지·보수·분해정비) 산업과 물 산업을 육성했다. 항공기 MRO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항공 산업단지를 조성한 결과 연간 약 3조4000억원의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성장했다.

아일랜드 정부도 소프트웨어산업 육성을 위한 인프라 조성에 적극적이다. 1990년대 후반 통신 인프라 확충을 위해 약 33억 유로를 투자했으며 수도 더블린에 IT 산업 클러스터인 디지털허브를 구축해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을 다수 유치했다. 그 결과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유럽 사업 본부를 아일랜드에 설치해 유럽 소프트웨어산업의 중심지라 불리고 있다.

보고서는 과감한 규제 완화와 세제 지원 정책도 전략산업 육성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지적했다. 말레이시아의 의료관광산업은 정부의 규제 완화와 세제 지원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사례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효과적인 마케팅을 위해 의료광고를 허용했고 투자금과 의료관광수입에 대한 100% 세금 감면으로 민간 병원의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이에 말레이시아는 주변 의료관광 국가보다 늦게 해당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2013년 기준 의료관광객수 65만명으로 세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1970년대 중화학공업, 1990년대 정보통신산업 이후 한국경제를 주도할 산업이 부재하다고 전경련은 지적했다. 전경련은 "한국 경제의 주력 산업 구조가 50년 전의 틀에 고착화돼 있는 것이 문제"라며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시 한 번 국가차원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국가차원에서 키워야 할 유망산업 중 하나로 의료관광산업을 꼽았다. 이를 위해선 법과 규제를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한 기본적인 틀은 마련됐으나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허용 등 핵심규제는 여전히 잔존해있다는 것. 아울러 국가적 차원의 대규모 복합의료관광단지 구축을 제안했다.

엄치성 국제본부장은 "기업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래 신사업 모델을 발굴해야 하는 것처럼 국내에서 활성화되지 않은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며 "새로운 고부가가치산업 창출을 위해 우리 기업들이 나설 수 있는 멍석을 정부가 먼저 깔아주고, 법과 제도를 정비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