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의원의 탈당의 직접적인 계기는 혁신전당대회 거부다. 안 의원은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에 두 사람 모두가 출마해 혁신안 두고서 전당대회를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 문 대표는 이에 대해 분열만 가져올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전대 논의가 본격화 되기 전에도 야권 내부에서는 분열을 조기에 봉합할 순간이 몇차례 있었다. 혁신안에 대한 양측간의 입장 조율의 시간이 있었고, 문 대표의 거취 등에 있어서도 보다 분명하게 일단락을 내릴 수 있는 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안 의원이 위원장직을 수락했다면 혁신안을 둘러싼 양측간의 논란은 발생은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안 의원이 혁신안 발표 뒤에 요구한 10대 혁신안 등은 이미 혁신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반영되어 혁신안을 둘러싼 양측간의 이견 갈등 소지가 사전에 사라졌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9월에는 문 대표의 거취 논란이 정리될 기회가 있었다. 혁신안이 통과됐음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내분이 가라앉지 않자 문 대표는 당원과 대의원 각각에게 재신임을 물어 진퇴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었다. 결국 국민과 당원에 물으려는 문 대표의 재신임 계획은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9월20일 열린 당무위원회-의원총회 연석회의는 "문재인 당 대표의 재신임 확인 한다"면서 "더 이상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분열적 논란을 배제한다"고 밝혔다. 약식으로 재신임이 이뤄졌다. 하지만 대표체제 문제는 계속 분란의 소지가 됐다. 당시 문 대표의 거취에 대해 확실한 재신임이 이뤄졌거나 불신임이 이뤄졌다면 이후의 분란 상황은 다른 상황으로 전개됐을 공산이 커졌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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