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氏의 '허리'건강 보고서…중산층 급격히 줄어든다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102㎡(31평)짜리 집 한채가 있다. 하루 7시간 자고 8시간 일한다. 가족과 외식은 한 달에 두번 한다. 점심값으로 6200원을 쓰고 커피는 2잔 마신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밝힌 우리나라 중산층의 모습이다. 마저 들여다보자. 월 평균 수익은 374만원이다. 자산은 2억3000만원, 부채는 1억원. 사교육으로 매월 37만4000원이 나간다. 취미 활동은 한달에 한번, 모임은 2~3회씩 갖는다. 경조사에 평균 8만원을 쓴다.
◆중산층 얇아지고 빈곤층 두터워져
중산층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통계개발원에 따르면 1990년대만 해도 중산층은 75.4%에 달했고 1992년에는 76.3%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1998년 69.6%로 꺾인 이후 2012년 69.1%까지 하락했다. 반면 중위소득 50% 미만의 빈곤층은 두배 가까이 늘었다. 1990년대만 해도 빈곤층은 전체 인구의 7.1%에 불과했다. 1992년에는 6.5%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10.1%로 높아졌고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는 13.1%, 2012년에는 12.1%를 기록했다.
◆'자칭 중산층'과 '진짜 중산층'의 괴리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자칭 중산층'은 줄기 시작했다. 2007년 한국사회학회 조사에 따르면 겨우 20%만이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답했다. 최근 실시한 NH투자증권의 설문조사에서도 중산층 기준에 들어간 1128명 중 자신이 '중산층'이라는 데 동의한 비율은 19.8%에 그쳤다. 79.1%는 빈곤층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이 2만8180달러로 3만달러를 바라보고 있지만 4500달러 수준에 미쳤던 때보다 '중산층 귀속감'은 오히려 옅어진 것이다. '당신은 중산층입니까'란 책에서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이런 현상을 "베이비붐세대의 사회진입과 가족형성기, 자녀 양육기와 겹치는 상황에서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가장 컸다"고 설명했다. 보릿고개를 지나 저달러ㆍ저유가ㆍ저금리의 '3저현상'으로 호황을 누렸던 80년대 말에는 눈에 띄게 자산이 늘면서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지금은 저성장이 지속되는데다 고령화와 취업난 등으로 심리가 위축되면서 스스로를 빈곤층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윤학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소장은 "빚 부담이 커지고 노후도 불안해지면서 평범한 보통사람으로 산다는 것이 예전만큼 쉽지 않아지고 있다"며 "특히 고령화 시대에 들어서면서 은퇴 후 중산층으로 사는 게 더 어렵다는 인식이 커졌고 그에 따라 자칭 중산층과 진짜 중산층의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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