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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직장가]구조조정 '과장'도 안전지대 아니다…젊은 직원들도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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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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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반도체 장비업체에 다니는 직장인 이모(36)씨는 최근 3개월 무급휴가를 받았다. 회사 경영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돼 일부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휴가를 쓰기로 결정한 것. 과장 3년차라 대상자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자 이씨는 불안해졌다. 이씨는 "이러다가 구조조정까지 되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며 "말이 휴가이지 절대 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연말 인사를 앞두고 직장인들이 구조조정 불안감에 여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나고 있다. 이전까지는 부장급 이상 직급 위주로 구조조정이 진행됐지만 올해는 직장 4~5년차 젊은 직원들까지 퇴직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시 희망퇴직' 실시로 오히려 구조조정 폭과 규모, 기준 등을 가늠하기 어려워져 언제든지 구조조정 대상자가 될 수 있는 셈이다.
대기업 소속 A경제연구원 한모(35)씨는 "대리 4년차인 후배 한 명도 얼마 전 6개월치 기본급을 제시받았다"며 "일종의 권고퇴직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조조정을 실시한다고 명확히 밝힌 적은 없지만 부서장과의 일대일 면담을 통해 상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올해 적자 늪에 빠진 일부 기업들에서는 여론 눈치로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피하고 있지만, 대신 임원들의 급여를 삭감하는 식의 고육지책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일부에서는 승진 기피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조선업체 한 관계자는 "부장급 임직원들은 연봉을 삭감하기로 했기 때문에 부장 승진 대상자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승진을 기피하고 있다"며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현상 유지만 해도 선방하는 셈"이라고 푸념했다.
젊은 직원 중에서도 특히 육아휴직을 앞둔 여직원들은 더욱 좌불안석이다. 평상시에도 육아휴직제를 사용하기 쉽지 않았지만, 연말 재계 구조조정 분위기까지 겹치면서 올해는 더욱 눈치보이기 때문이다. 올해 일부 대기업에서는 육아휴직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거나 남성 육아휴직제도 활성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정작 직원들은 "회사가 적자인판에 어떻게 1년,2년씩 쉴 수 있겠냐"는 반응이다.

대형조선사인 B중공업은 지난해 육아휴직자는 총 117명이었다. 여성 임직원 수는 전년 931명에서 1156명으로 늘었지만 육아휴직자는 오히려 감소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올라온 내용을 보면 육아휴직자 대상자에 남성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C정유업체의 경우 지난해 여성 육아휴직 대상자는 220명이지만 실제 육아휴직을 사용한 직원은 61명에 그쳤다. 사용률로 따지면 27.7%로 육아휴직 대상자 중 4분의 1가량만 휴직계를 낸 셈이다. 국내 빅3 철강업체 중 하나인 D업체는 육아휴직 사용자가 단 15명 뿐이었다. 이 업체의 총 직원은 1만1000여명. 여성 직원은 350여명이다.

워킹맘 배모(30)씨는 "둘째를 낳고 육아휴직을 쓰려고 했는데 부서장이 '이번에는 첫째 때처럼 '길게' 쓸 수 없다'고 말하는 바람에 5개월만 쓰고 돌아왔다"며 "지금 같은 시기에 육아휴직을 눈치없이 길게 썼다가는 그냥 집에서 푹 쉬라고 할 것 같았다"고 씁쓸해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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