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아이유가 선보인 신곡 'zeze'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소설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를 소재로 삼은 이 노래에 대한 가수의 인터뷰와 가사가 문제가 됐다. 출판사와 소설의 다수 팬들은 이 노래가 학대 받는 다섯 살 제제를 성적인 대상으로 묘사했다고 불편함을 내비치고 있다. 반면 문학에 대한 해석은 자유롭게 이뤄져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콘텐츠에 대해 원작의 잣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있다.
5일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출판한 동녁출판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아이유의 노래에 문제를 제기했다. '아이유님. 제제는 그런 아이가 아닙니다'라는 글에서 출판사 측은 아이유가 인터뷰에서 "(제제가) 캐릭터만 봤을 때 모순점을 많이 가진 캐릭터다. 그렇기 때문에 매력 있고 섹시하다고 느꼈다."라고 한 것을 문제 삼았다. 소설 속 라임오렌지 나무인 밍기뉴의 관점에서 썼다고 밝힌 가사에서 제제를 교활하다고 표현한 것도 지적했다. 앨범에서 망사 스타킹을 신고 '핀업 걸(Pin-up Girl)' 자세를 취하고 있는 소년의 이미지 역시 제제를 성적인 대상으로 보고 있는 근거로 제시됐다. 학대 받고 상처로 가득한 다섯 살 제제를 '섹시하고 교활하다'고 보고 상업적이고 성적인 요소가 다분한 핀업 걸 자세로 묘사한 것은 잘못된 해석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반론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출판사가 소설에 대해 '상처 받고 있을 수많은 제제들을 위로하기 위한 책'이라고 규정하고 해석의 범주를 축소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문학을 재해석하는 데 원작의 틀에서 벗어나지 말라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눈에 띈다. 방송인 겸 영화평론가 허지웅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출판사가 문학의 해석에 있어 엄정한 가이드를 제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모든 문학은 해석하는 자의 자유와 역량 위에서 시시각각 새롭게 발견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전체적인 맥락은 보지 않고 인터뷰와 가사의 일부만 가지고 와서 페도필리아로 몰아가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결국 이 논란은 해석의 문제로 정리될 수 있다. 원작 소설과 이를 바탕으로 만든 노래를 각각 어떻게 느끼느냐의 차이 때문에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우선 소설의 해석에 대해서는 문학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 올바른 해석과 잘못된 해석이 있을 수 있는냐를 두고 말들이 많다. 아이유를 비난하는 쪽에서는 이 소설을 읽었으면 이런 식의 해석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해석은 자유롭게 하더라도 원작은 존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반대쪽에서는 올바른 해석이란 없으며 어떻게 느끼고 어떤 식으로 다시 표현하든지 그것은 자유라고 반박한다.
수평 비교는 가당찮겠지만 원작 소설의 올바른 해석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그 입장과 만찬가지로 이 노래의 올바른 본래 의도를 살피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해석의 자유를 강조하는 쪽에서는 이 노래가 얼마든지 이런 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헤아려야 한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