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년 전인 1958년 10월 29일, 스웨덴 한림원은 당황스러운 연락을 받았다. 그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해 발표한 '닥터 지바고'의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가 "노벨상 수상을 거부한다"는 뜻을 전한 것이다. 노벨상이 제정된 이래 첫 수상 거부였다.
'닥터 지바고'는 파스테르나크가 쓴 유일한 장편소설로 주인공 유리 지바고가 러시아혁명 등을 거치며 겪는 방황과 혼란을 그리고 있다. 전쟁과 혁명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는다는 게 이 소설이 담고 있는 이야기지만 당시 소련에서는 혁명을 왜곡했다는 이유로 출판이 금지됐다.
자국에서 출판이 어려워진 이 소설은 완성 이듬해인 1957년 이탈리아에서 번역본으로 발표됐다. 이후 인기를 얻으며 18개국에 번역 출판되고 파스테르나크는 이 소설로 195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자국의 사회상을 담은 이 소설에 분노한 소련작가동맹은 그를 제명하고 정부도 추방을 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그는 당국에 '조국을 떠나는 것은 내게 죽음과 같다'는 탄원서를 보내고 노벨상 수상을 거부했다. 노벨상까지 포기하며 추방을 면했던 작가는 이후 번역 작업을 주로 하다 2년 뒤인 1960년 암으로 숨졌다. 그가 그토록 떠나지 않으려고 했던 조국에서 '닥터 지바고'가 출판된 것은 27년이 지난 1987년이었다.
파스테르나크 이후에 노벨 문학상을 거부한 작가는 한 명 더 있다. 바로 프랑스의 작가 장 폴 사르트르다. 파스테르나크가 노벨 문학상을 거부한 사연은 절박했지만 사르트르는 좀 달랐다. 그는 1964년 수상자로 선정되자 모든 공적인 훈장과 명예를 거부한다는 원칙을 밝히며 수상을 거절했다. 작가는 어떤 기관이나 제도에 편입되면 안 된다는 소신을 지킨 것이었다. 다만 사르트르의 라이벌이었던 카뮈가 앞서 노벨 문학상을 받은 것에 자존심이 상해 수상을 거부했다는 얘기가 떠돌기도 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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