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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그 속에 감춰진 문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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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 교과서 논쟁 프레임 바꾸기…'국정화'를 '통합교과서'로 표현
민감한 사안, 충분한 논의없이 결정…발행까지 2년도 안남아 졸속 우려도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가 사실상 결정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이 '좌편향' 등을 내세우며 연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어서다. 이제는 '국정화' 대신 '단일화'라는 단어로 말 바꾸기에 나서며 비판 여론의 예봉을 피하려는 모습까지 연출되고 있다.
교육부는 다음주 초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전환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라면서도 국정화 전환에 대해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정부가 이미 국정화로 결론을 내린 채 말로만 정해진 바 없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국회 국정감사 마지막날인 8일에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논란은 뜨겁게 펼쳐지고 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따른 핵심 쟁점을 살펴본다.

◆'정부 입맛대로' 집필진 견제 가능한가= 한국사교과서의 교과서 제작 방식에 있어 '이념'은 빼놓을 수 없는 쟁점이다. 현재 국정화 전환 여부를 두고 여야는 좌-우 편향 가능성을 근거로 각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교육부는 국정화로 전환할 경우 국사편찬위원회에 교과서 개발을 맡기고 3차에 걸친 심의와 수정, 보완 작업을 거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 학부모, 교육학자, 국어학자, 헌법학자 등 다양한 전문가가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교과서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강화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가 집필진을 구성해 교과서 제작을 주도하는 국정 교과서의 경우 역사적 사실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검정교과서와 달리 국정교과서는 학생이나 학교, 학부모가 채택하는 절차가 없기 때문에 집필진이 이를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 정부 주도로 교과서를 집필하게 될 경우 '정부 입맛'에 맞는 집필진 구성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태웅 서울대 역사교육학과 교수는 "국정화가 될 경우 정부 입맛대로 집필진이 교과서를 쓸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원치 않는 학자들은 집필진 참여조차 기피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교과서 채택과정에서 이뤄지는 사회적 논의 대신 집필진 내부 논의로만 진행되는 국정교과서의 제작 과정상 이러한 점도 우려 대상이다.

◆거센 반대에도 강행…발행체제 수시 전환 촉발?=현재의 한국사교과서 검정체제는 2010년 도입됐다. 앞서 2002년 기존 국사 과목에서 근현대사 내용만 별도 과목으로 지정, 검정교과서로 제작돼 학교 현장에 적용됐다. 이후 8년여간 국사 교과목과 근현대사 교과목은 별도로 운영되다가 2010년 두 과목이 통합되면서 한국사교과서의 검정체제가 일원화됐다. 이번에 국정화로 전환되면 단일 역사교과서 검정체제를 도입한 지 5년 만에 복귀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학계와 교육계는 '민주주의 후퇴'라며 잇따라 반대 성명을 내고 있다. 국정화 전환 여부 발표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초부터는 서울대 역사관련학과 교수들의 반대 성명서를 시작으로 고려대, 한양대, 경희대, 인하대 등 최근까지 각 대학 역사학과 교수들은 국정화 전환 반대를 외치고 있다. 전국에서 역사 과목 교사 수 만명이 국정화 반대 목소리에 힘을 더했다.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국정화가 확정될 경우 논란은 끊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사 교육은 내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필수 과목으로 채택될 정도로 관심이 집중된 사안인 만큼 국민적 합의를 필요로 한다. 지난 6일 국립대 국정감사에 출석한 성낙인 서울대 총장도 국정화 논란에 대해 "합의가 안되면 내용에 대한 논쟁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역사 교사와 학자들이 함께 공론의 장을 마련해 역사교과서 문제를 합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2017년부터 적용…교과서 부실화 가능성도=국정화 전환이 확정되면 2017년 3월부터 중·고등학교에서 국정 교과서를 수업에 적용된다. 교육부가 당장 행정예고를 통해 국정화 전환을 확정, 발표하더라도 한국사 국정교과서 적용까지 2년도 채 남지 않는다. 국정화 방침을 밝히는 '교과용도서 구분고시' 후 제작과 심의 과정을 거쳐 최종본에 확정되는 일정 등을 감안하면 제작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동안 한국사교과서 제작 기간은 적어도 2년이 넘었다. 배재정 의원(새정치민주연합·국회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 교육부에게서 받은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2007년 개정교육과정 당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제작 기간은 3년 7개월이었다. 중학교 역사교과서는 4년 8개월 동안 제작됐다. 오류가 무더기로 발견돼 논란이 됐던 교학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도 제작하는 데 2년 6개월 걸렸다.

물리적으로 부족한 교과서 제작 시간에 교육부는 3차례 수정·보완 작업도 거치겠다고 한 상황이어서 '졸속'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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