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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롯데 경영권 분쟁을 보는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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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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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일본명 重光武雄ㆍ시게미쓰 다케오). 그는 1922년 울산에서 태어나 1942년 일본으로 건너가 1948년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여주인공 샤롯데(Charlotte)처럼 사랑받는 과자를 만들겠다는 뜻으로 롯데라는 기업을 만들어 껌의 생산과 판매를 시작했다. 이어 1968년 한국에 진출해 롯데제과를 설립하고 1973년 당시 반도호텔을 특혜로 인수해 호텔롯데를 세웠고, 지금은 한국 5위의 대그룹이 돼 있다. 그런 롯데가 최근 경영권 분쟁으로 말이 많다.

이번 경영권 분쟁의 근본적 원인은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에 있다. 한국롯데의 순환출자 구조를 보면, 롯데쇼핑이 롯데카드를, 롯데카드는 롯데칠성음료를, 롯데칠성음료는 다시 롯데쇼핑의 지분을 보유하는 식의 순환출자 구조이고 호텔롯데가 롯데쇼핑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의 지분을 소유하는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호텔롯데는 사실 일본 롯데홀딩스와 일본계 투자회사 등이 지분의 거의 전체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과 한국을 넘나드는 이런 순환출자 때문에 롯데홀딩스의 대주주 신격호는 호텔롯데의 지분 0.05%만으로도 롯데그룹 전체를 지배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일본 롯데홀딩스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신격호의 두 아들이 다투게 된 것이다.
이번 분쟁의 최종 승자가 누가 되든 신경 쓸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분쟁 과정에서 롯데의 실제 소유주가 일본 국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세간의 논쟁이 뜨겁다. 한편에서는 일본 국적인 롯데 제품을 사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불필요한 국적 논란이 세계화 시대에 맞지 않고 불매운동은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고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지금 같은 세계화 시대에 대주주의 국적이 문제될 일은 아니다. 그러나 기업의 성공이 종업원, 투자자, 소비자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지지와 성원에 달려 있다는 데 동의한다면, 이번 문제의 핵심은 롯데가 자신들이 환경이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책임을 질 용의가 있는가 그리고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투명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는가에 있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사태를 보는 시각은 다음과 같은 사항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한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야구의 스위치 타자처럼 때로는 외자기업으로 때로는 한국기업으로 행세하면서 이중의 특혜를 받아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도덕적 행위에 대한 해명과 대책을 밝혀야 할 것이다.
둘째, 복잡한 기업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 호텔롯데와 롯데홀딩스를 공개할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셋째, 롯데는 정경유착으로 돈을 벌었다. 박정희 시절 반도호텔 인수, 매출액의 0.05%라는 지극히 낮은 특허료를 내는 면세점 사업 면허, 그리고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잠실 제2롯데 건설에 이르기까지 정경유착에 대한 의심은 곳곳에서 제기된다. 이런 정경유착의 끈을 끊고 정당한 경쟁을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넷째, 롯데그룹이 진정으로 한국기업으로서 한국경제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면 이익의 많은 부분을 한국에 재투자하고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도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참고로 현재 롯데의 사회공헌 금액은 매출액 대비 0.1%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롯데 일가의 재산 싸움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 그러나 위에서 제기한 사항들에 대해 진정성 있는 태도로 실천하는가 여부에 롯데의 앞날이 달려 있다는 점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롯데그룹은 홈페이지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라고 밝히고 있지만 정작 사회책임보고서를 발행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처럼 이해관계자와 진솔한 소통을 소홀히 한다면 누가 경영자가 되더라도 샤롯데처럼 사랑받기를 기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롯데가 이번 분쟁을 계기로 투명하고 사랑받는 기업으로 재탄생하라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기 바란다.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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