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비무장지대(DMZ) 인근 목함지뢰와 포격 도발로 높아진 남북간 군사적긴장감이 풀리면서 본격적인 외교전이 시작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의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행사 참석을 위한 다음달 중국 방문(2~4일)이 그 출발점이다. 중국의 '군사굴기'를 상징하는 열병식까지 참석하는 것은 '파격'이자 '결단'으로 평가된다.
31일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군도 한미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에 대응해 지난 24~28일 설정했던 특별경계근무 기간을 모두 해제하고 평시 수준으로 전환했다.
문제는 군사적인 긴장감은 풀렸지만 앞으로 외교전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행사에 아베 일본 총리와 김정은 제1위원장의 방중이 무산되면서 우리의 동북아 외교 주도권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열병식에서 박 대통령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시진핑 주석 옆에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북한 대표로 참석하는 최룡해는 주변에 자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한미, 한중 관계의 큰 틀 속에서 중국을 매개로 한 북핵 문제 모멘텀 조성과 남북관계 개선, 한일관계 전기마련 등이 하반기 외교전의 주요 공략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최근 북한의 지뢰도발로 촉발됐던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을 대화국면으로 돌려놓은 만큼 남북간 직접대화를 통한 관계개선에도 주력, 우리 외교의 자산과 지렛대로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중관계 악화에도 북한이 중국에 갖는 '전략적 가치'에는 변함이 없고, 북한 역시 의지할 곳은 중국밖에 없다는 점에서 중국의 대북 '지렛대 역할'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인식 속에서 우리 정부가 강화된 한중관계를 바탕으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중국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0월10일 노동당 창건일을 계기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전략적 도발 우려가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서도 중국 역할론이 강조될 전망이다. 6자회담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최근 북중 관계에 질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중국은 북한의 도발을 편들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변화된 북중, 한중관계를 염두에 둔 언급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의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 결정에 앞서 일찌감치 한미 정상회담 일정을 확정해 발표하고, 미국이 민감해하는 열병식 참석 여부에 대해 막판까지 신중을 기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동맹인 미국을 배려한 것"이라며 "이번 방중을 계기로 남북간 주도권을 중국과 협력해 이끌어 낸다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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