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재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여파로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던 기업들이 휴가철을 맞아 한 목소리로 '내수를 살리자'며 임직원에게 국내 휴가를 권장하고 나섰다. 대외업무를 담당하는 일부 부서는 아예 '전원 국내 휴가' 방침을 못 박기도 했다. 이에 일부 해외여행 티켓 예약자들 사이에서 난처함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처럼 그룹 차원의 캠페인이 진행되자, 이미 휴가계획을 짜뒀던 간부급 임직원 사이에서는 수 달 전 예약해 뒀던 외국행 비행기 표를 수백 만원의 위약금을 물고서라도 취소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삼성의 부장급 직원은 "지금 이런 분위기에서 해외여행을 떠날 용자(용기 있는 자)는 아마 없을 것"이라며 "이미 해외여행 계획을 세웠던 직원들도 티켓을 취소해서라도 휴가지를 국내로 바꾼 것으로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화그룹도 임직원에게 전국 각지 전통시장 상품권을 지원하는 등 국내 휴가를 유도하는 캠페인을 전사적으로 벌이고 있다. 휴가를 앞둔 전 직원에게 수십 만원 상당 상품권을 지급하고 별도로 한화리조트 숙박권도 제공한다. 덕분에 한화그룹의 한 부서에는 총 11명의 직원 중 9명이 올 여름 휴가를 국내에서 보내기로 결정했다. 비싼 해외여행 대신 회사의 지원을 받아 저렴하고 가까운 국내 여행을 택한 것이다. 한화 관계자는 "장거리 여행으로 휴가 이후에도 피곤해하는 해외여행보다 2박3일 단거리 국내 여행을 다녀오는 게 휴가 후유증도 적다"면서 "침체된 내수 경기를 살리자는 재계의 뜻에도 부응하는 1석2조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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