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엘리엇式 투자, 환영하지만 한국 특성 고려해야"(종합)

외신기자클럽 초청간담회.."중장기적 주주이익 중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초청간담회에 참석, 기조연설하고 있다.(사진 제공 : 기재부)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성사된 데 대해 "관계 법령에 따라 주주들이 결정한 사항"이라면서도 "기업들이 주주이익 보호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고 21일 평가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초청간담회에 참석,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시장을 신뢰하지 않고 부정적으로 보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어 최 부총리는 "한편으로는 경영권 안정을 통한 중장기적 기업가치 제고가 필요하다는 점도 돌이켜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두 가지 측면을 조화시켜나감으로써 한국시장에 대한 외국인 주주들의 신뢰를 계속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와 관련, 최 부총리는 "주주이익을 존중하는 경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나, 단기적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이 중요하다는 얘기"라며 "예컨대 기업이 이익을 냈을 때 단기적 주주이익만 생각하면 배당을 늘리려 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주주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준의 투자가 나와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경제는 아직 좀 더 성숙해야 하므로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며 "한국의 특성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단기 이익과 기업의 성장·발전을 균형 있게 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표적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은 지난달 초 삼성물산 지분 매입 공시 이후 지속적으로 합병반대 의견을 표출하고 법원에 주총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법적 소송을 포함해 삼성을 상대로 한 전면적 파상공세를 펼쳤다.

엘리엇과 같은 (적극적인) 외국인 자본투자도 환영할 것인지에 대해 최 부총리는 "법 절차 내에서 투자가 이뤄지면 적극 환영한다"며 "다만 단기적, 중장기적 주주이익이 같이 가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최근 원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과 관련해서는 "미국 경제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으면서 달러화 강세가 나타난 영향"이라며 "쏠림 현상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최 부총리는 최근 내놓은 해외투자 활성화 대책이 고환율 유도를 위한 것 아니냐는 질문엔 "환율 방어 목적보다는 우리 경제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마련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이슈 등으로 급격한 자본 유출 우려가 발생할 경우에는 현재 단기자본 유입 억제에 초점을 두고 있는 거시건전성 규제를 유출 억제 쪽으로 전환해 시장안정을 꾀할 것이라고 최 부총리는 밝혔다.

수출 부진은 하반기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최 부총리는 "상반기 세계 교역량 감소에 비하면 한국의 수출 감소는 선방한 수준"이라며 "하반기에는 수출이 회복돼 올해도 무역 1조 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수의 경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와 가뭄의 영향으로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2분기 성장률이 1분기보다 상당폭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한국 산업의 구조개편과 관련한 질문에는 "기업사업구조 개편법(일명 원샷법)을 곧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건설, 해운, 석유화학 등 구조적인 불황업종에서 자발적인 구조개편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최 부총리는 아울러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부문 구조개혁에 실패하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전철을 뒤따르지 말자는 취지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4대 부문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성공시키지 못하면 과거 일본의 전철을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오종탁 기자 tak@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