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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저승의 神…46억년 솔로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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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왕성, 두 명의 인간을 품게 된 사연

▲뉴호라이즌스 호가 근접 통과 직전에 촬영한 명왕성.[사진제공=NASA]

▲뉴호라이즌스 호가 근접 통과 직전에 촬영한 명왕성.[사진제공=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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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해 뜨기 전 새벽길을 걸어본 적이 있는지요. 한 번쯤은 뿌옇게 먼지가 끼여 있을 때를 경험한 적이 있을 겁니다.

여러분들이 지금 명왕성(Pluto)에 서 있다면 이 같은 모습과 비슷할 겁니다. 명왕성은 태양으로부터 평균 약 60억㎞ 떨어져 있기 때문에 햇빛이 아주 조금만 닿습니다. 지구에서의 어둑새벽과 먼지 낀 날이 명왕성과 비슷한 환경인 셈이죠. 희미한 모습으로만 남아있던 명왕성이 마침내 인류에게 새 지평을 열어젖히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뉴 호라이즌스(New horizons)'입니다.
▲명왕성의 얼어붙은 지표면 '스푸트니크 평원'.[사진제공=NASA]

▲명왕성의 얼어붙은 지표면 '스푸트니크 평원'.[사진제공=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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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이름 곳곳에 새기다 = 뉴호라이즌스 호가 지난 14일 명왕성에 1만2472㎞에 접근했습니다. 뉴호라이즌스 호는 명왕성을 스쳐 현재 태양계의 '제3 지대'인 카이퍼벨트로 나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아주 가까이 다가가 찍은 명왕성의 선명한 모습이 지구로 전송돼 왔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습니다. 명왕성의 '하트 모양'이 확연하게 드러났습니다. 명왕성에 '얼음산'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이어 '얼음산' 북쪽으로 일산화탄소가 얼어붙은 '얼음 평원'의 존재도 확인했습니다.

명왕성에 대한 인류의 첫 탐험에 이름 짓기가 이어졌습니다.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하트 모양'에는 1930년 명왕성을 처음 발견한 클라이드 톰보의 이름을 새겼습니다. '하트 모양'을 '톰보 영역((Tombaugh Regio)'으로 정했습니다. 명왕성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톰보'는 그곳에 있게 됩니다.

'톰보 영역'에 위치하고 있는 얼음산은 높이가 3000m가 넘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가 드러납니다. 명왕성의 지표면은 얼어붙은 질소, 메탄, 일산화탄소로 구성돼 있을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문제는 3000m의 얼음산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이 같은 물질로는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빌 맥키넌 워싱턴대학 교수는 "3000m 높이의 얼어붙은 산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더 단단한 무엇이 있어야 한다"며 "명왕성 얼음산의 꼭대기에는 물이 얼어붙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뉴호라이즌스 호가 얼음산을 보내오기 전까지 명왕성에는 물이 없을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얼음산의 존재로 명왕성에도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죠. 이 얼음산은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셰르파 '텐징 노르게이'의 이름을 따 '노르게이 산(Norgay Mountain)'로 결정했습니다. 물이 존재하니 생명체도 있을까요? 명왕성의 기온은 평균 영하 220℃에 이릅니다.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명왕성의 '얼음산'. '노르게이 산'이란 이름이 붙었다.[사진제공=NASA]

▲명왕성의 '얼음산'. '노르게이 산'이란 이름이 붙었다.[사진제공=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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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평원을 만나다 = '톰보 영역'과 '노르게이 산'을 지나 북쪽으로 얼음 평원이 펼쳐졌습니다. 거대한 평원은 일산화탄소가 얼어붙어 만들어진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불규칙적 모습으로 쩍쩍 갈라져 있는 모습이었는데요. 지구에서 진흙땅이 갈라져 있는 이미지와 비슷합니다.

제프 무어 뉴호라이즌스 호 지질물리이미징팀 박사는 "검게 보이는 좁은 골은 바람의 영향으로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도 이름이 붙었습니다. '스푸트니크 평원((Sputnik Plain)'입니다. 스푸트니크는 1957년 발사된 인류 최초의 구 소련 인공위성을 말합니다.

◆명왕성 탐험은 행성과학의 집대성 = 뉴호라이즌스 호를 통한 명왕성 탐험은 행성과학의 집대성입니다. 지질물리, 천문, 플라즈마, 에너지, 우주먼지, 적외선 장치 등 다양한 학문이 융합돼 이번 미션이 진행됐습니다. 알란 스턴 뉴호라이즌스 호 책임연구원은 "뉴호라이즌스 호의 데이터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놀라운 것"이라며 "더 많은 자료가 전송돼 올 것이고 수십억 년 전 명왕성의 역사를 파악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해 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부러운 측면이 많습니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태양계 행성 연구는 천문학을 포함해 지질학, 플라즈마, 대기과학 등 융합연구의 총체"라며 "우리나라에는 행성을 전문으로 연구한 학자도 부족하고 대학에서 이 같은 행성과학에 대한 융합연구도 거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카론의 크레이터. 확대한 이미지는 위에서 부터 아래까지 약 390km에 이른다.[사진제공=NASA]

▲카론의 크레이터. 확대한 이미지는 위에서 부터 아래까지 약 390km에 이른다.[사진제공=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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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야 할 숙제들 = 명왕성이 '새 지평'을 열며 인류의 품 안으로 들어왔는데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는 많습니다. 뉴호라이즌스 호가 탐험한 자료를 모두 받으려면 약 1년이 넘게 걸립니다. 전송 속도가 워낙 느리고 뉴호라이즌스 호에서 전송하면 지구에 도착하는데 4시간 30분이 걸립니다. '노르게이 산'과 '스푸트니크 평원'은 1억년도 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46억 년 태양계 역사에서 아주 젊은 축에 속합니다. 이는 명왕성에 지질 활동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으로 말해줍니다. 이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합니다.

명왕성과 가장 큰 위성인 카론에 대한 역할 규명도 필요합니다. 명왕성은 카론보다 두 배에도 미치지 못하는 크기입니다. 이 때문에 카론이 명왕성을 공전할 때 명왕성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중력으로 요동칩니다. 카론이 명왕성에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보다 정밀한 판단이 이어져야 합니다. 잃어버린 명왕성의 행성 지위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합니다. 명왕성이 행성지위를 박탈당한 배경에는 명왕성과 비슷한 천체들이 연이어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이번 뉴호라이즌스 호 탐험으로 명왕성이 다른 천체들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행성 지위를 다시 부여받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앞으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강환 국립과천과학관 박사는 "이번 명왕성 탐사는 그동안 먼 거리에서 지켜봤던 인류의 눈에 구체적 모습이 들어온 것"이라며 "명왕성에 물의 존재 여부, 카론과 관계, 행성 지위에 대한 재논의 등 새로운 사실을 통해 논란이 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번 명왕성 탐험은 인류에게 태양계의 역사를 다시 생각하게 한 전환점이 됐습니다. 뉴호라이즌스 호는 지금 이 시간에도 카이퍼벨트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어떤 새로운 사실이 밝혀져 지구로 전송돼 올 지 지켜봐야 합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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