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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세장의 역설'‥떠나는 펀드 매니저에 운용사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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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증시가 5년간의 박스권을 뚫고 활기를 띠면서 자산운용사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강세장에 몇년간 죽쑤던 수익률이 좋아졌지만 간판급 펀드매니저들이 회사를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 돈이 몰리면서 겉만 번지르르한 월급쟁이보다 개인 투자에 나서거나 새로 자문사를 차리는 펀드 매니저들이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모처럼 찾아 온 강세장에 펀드매니저 이탈로 하루하루 속을 태우는 운용사들이 늘면서 '강세장의 역설'이 빚어지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인기 트러스톤자산운용 주식운용3본부장(상무)이 회사측에 퇴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간판 펀드인 '트러스톤칭기스칸' 운용에서는 이미 손을 뗐다.
정 상무는 펀드 매니저 출신의 개인 투자자인 '매미(매니저+개미)'로 변신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트러스톤자산운용 헤지펀드본부장을 맡았던 김경훈 전 본부장도 자문사를 설립한다고 퇴사했다. 트러스톤운용은 지난달 헤지펀드본부장을 이무영 본부장으로 교체하자마자 또 다시 주식운용3본부장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 됐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도 최근 허리급 펀드 매니저들이 퇴사할 뜻을 밝히면서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운용사에서 나와 자문사로 이직하는 펀드 매니저들도 늘고 있다. 대신자산운용에서 롱숏펀드를 운용하던 이상훈 부장은 케이클라비스투자자문으로 둥지를 옮겼고, 에셋플러스자산운용과 라자드자산운용에서 근무하던 용두레, 주재현 매니저는 라임투자자문으로 이직했다.

몇몇 펀드 매니저들이 모여 소규모 투자사인 '부띠끄'를 운영해 투자 수익을 나누는 경우도 많다.

한 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특정 종목을 중심으로 강세장이 전개되면서 수익률이 높아지자 자신감을 얻은 펀드매니저들이 회사를 떠나고 있다"며 "펀드매니저는 운용을 잘해도 월급쟁이지만 개인 투자자로 활동하면 투자 수익을 고스란히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이 통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회사의 철학과 펀드 매니저의 운용 스타일 차이에서 오는 갈등도 있을 수 있지만 강세장에서는 인센티브 문제가 겹치면서 회사와 펀드 매니저간 시각차가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11년 2월 0.485%까지 올라갔던 펀드 운용 보수 요율이 꾸준히 줄어 2015년 2월 0.290%로 줄고 있는 것도 인센티브 확대에 있어 어려운 부분이다. 기본급보다 성과급 비중이 높은 자문사로 이동하는 펀드 매니저들이 많은 것도 연장선상에 있다. 결국은 돈 문제인 셈이다.

김민국 VIP투자자문 대표는 "매니저 입장에선 수익률 상승의 성과를 공유할 수 없어 상승장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회사 입장에선 하락장 리스크는 회사가 떠안는 반면 상승장에선 매니저에게 인센티브를 대폭 지급한다는 게 탐탁치 않을 것"이라며 "지난 2007년, 2011년에도 그랬듯 강세장이 올 때마다 이런 시각차가 커지면서 인력 이동이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강세장에서 펀드매니저 이탈에 대해 일각에서는 긍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투자자와 회사 입장에선 달갑지 않지만 전체 펀드 산업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다는 분석이다.

김철배 금융투자협회 전무는 "펀드매니저들이 개인의 실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우수한 인력이 펀드 시장 곳곳에 풀뿌리처럼 흩어져 있는 것은 전체 펀드 산업 발전과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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