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이재용 부회장 평택서 '제조업 르네상스' 노린다 (종합)

삼성전자 '세계 최대' 반도체 평택단지 7일 기공식
박근혜 대통령 "기업투자 적극 지원하겠다…정치적 이해관계 떠나 국민을 위한 개혁에 앞장서야"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7일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발파식을 마친 후 축포를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평택(경기도)=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김은별 기자] 삼성전자 가 경기도 평택에 사상 최대 규모의 반도체 투자를 집행한다. 삼성전자는 7일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고덕 국제화계획지구 산업단지에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단지 기공식'을 개최하고 본격적인 라인 건설에 착수했다.

최근 기업들이 인건비 등의 문제로 시설투자를 해외에 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은 제조기업들의 국내 복귀를 유도할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평택 투자가 조기에 이행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왔다"며 "다른 기업들의 투자에 대해서도 자금지원, 애로해소 등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미래를 심다'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된 이 날 행사에는 박 대통령을 비롯해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남경필 경기도지사, 공재광 평택시장,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고객사 등 600여명이 참석했다.

삼성전자는 행사에서 평택 반도체 단지의 미래 비전을 영상으로 소개하고, 안전성과 스마트한 시스템을 갖춘 반도체 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삼성전자의 미래 40년을 책임질 반도체 사업을 평택에서 키우겠다고도 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사업 출범 40주년을 맞았다.

기공식에 참석한 박 대통령은 주요 인사들과 기공 발파식에도 참석했다. 기공 발파식을 마친 뒤 축포를 보며 평택단지에 대해 간단한 대화도 나눴다.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단지 기공식 현장

◆평택 반도체 시대 여는 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단지'는 총 부지 면적이 289만㎡(87.5만평·축구장 약 400개 넓이)로, 현재 국내 최대 반도체 생산 단지인 기흥·화성 단지를 합한 면적(91만평)과 맞먹는 규모다.

삼성전자는 이 부지에 역대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라인 1기를 건설하고, 2017년까지 1단계로 총 15조6000억원의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이는 단일 반도체 생산라인 투자로는 사상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이번 투자로 41조원의 생산유발과 15만명의 고용창출 등 경제파급 효과가 예상되며, 소재, 설비와 같은 전후방 산업의 발전을 통한 국가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시장에서 기술 초격차를 실현하며 D램과 플래시메모리 분야를 석권한 가운데 규모에서도 경쟁사를 압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1983년 기흥 반도체 사업장을 시작으로 1991년 반도체 조립 및 검사를 담당하는 온양사업장, 1995년 중국 쑤저우 사업장, 1996년 미국 오스틴 사업장, 2000년 화성 사업장, 2009년 중국 톈진 사업장, 2012년 중국 시안 사업장 등 7개 반도체 사업장을 갖고 있다.

◆대기업-정부 손 맞잡아…"국내 제조업 르네상스 이루겠다"= 이번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공장 투자는 제조업 공동화가 진행되던 국내에 투자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정부 측도 적극 지원, 비용 문제 때문에 꺼리던 국내투자를 대기업들에 유도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우리 기업들에 미래 산업과 국가경제를 부흥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과감한 투자로 기업가정신 발휘 ▲시스템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신사업 진출 ▲산업생태계 경쟁력 강화 등 3가지를 당부했다. '모두가 안 된다'고 하던 반도체에 투자해 메모리반도체 1위를 유지하는 삼성전자처럼, 다른 기업들도 앞으로 고부가가치 사업에 용기 있게 진출하길 당부한 것.

박 대통령은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미래를 내다보며 과감하게 투자를 확대해 달라"면서 "일자리를 만들고 내수경기를 활성화하는 것은 결국 기업의 투자로 이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조업 혁신에 성공하려면 민간과 기업의 적극적인 동참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각 당의 유·불리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을 위한 개혁의 길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글과 애플의 사례에서 보듯 최근 글로벌 시장 경쟁은 개별 기업 간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 간 경쟁으로 변하고 있다"며 산업 자체를 지원하기 위해 나서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단지'는 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규제완화 등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에 따라 당초 계획보다 1년 이상 앞당겨 투자가 결정됐다.

특히 정부는 반도체단지의 핵심 인프라인 전력을 2016년 말까지 조기공급하는 방안을 마련했으며, 안정적으로 산업용수를 공급하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평택 반도체단지가 조기에 가동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오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올 3월부터 정부가 추진 중인 '제조업 혁신 3.0전략'과 연계해 반도체산업이 미래 유망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정부, 지자체와 협력체제를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

권 대표이사는 환영사를 통해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차질 없이 평택 반도체단지를 착공할 수 있었다"며 "세계 최고의 반도체 회사가 되기 위해 꾸준한 연구개발과 투자를 통해 국가경제와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국민 성원에 보답해 나갈 것"이라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 "한국이 반도체 종주국 명확히 하라"= 평택 반도체 투자 결정에는 이 부회장의 결단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스마트폰, 가전의 경우 노동집약적 사업이다 보니 인건비가 저렴한 베트남 등지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지만 기술집약적 사업인 반도체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인건비보다는 인프라와 고도의 숙련된 인력들이 필요하다. 해외에 사업장을 만들 경우 기술유출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이 부회장은 이런 점을 고려해 평택 반도체 라인 투자를 최종 결정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건비 비중이 높은 세트 사업의 경우 어쩔 수 없지만 반도체만큼은 한국이 종주국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결심이 평택 투자로 현실화됐다"면서 "지난해 가동한 중국 시안 공장의 경우 중국의 수요 비중이 워낙 높다 보니 투자한 것으로 앞으로도 반도체는 국내 사업장 위주로 투자와 연구개발(R&D)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2016년 하반기 생산품목 결정= 삼성전자가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을 완공하게 되면 기흥, 화성, 평택을 잇는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게 된다.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은 최첨단 기술을 접목한 친환경 라인으로 조성되며 2017년부터 가동된다.

아직 생산품목은 정하지 않았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시황이 매 분기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먼저 생산품목을 정하기보다 시간을 두고 공장을 우선 완공한 뒤 장비 반입 전 생산 품목을 결정하겠다는 의도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강화를 위해 시스템반도체 생산이 유력한 상황이며 D램 시황이 좋을 경우 D램을 함께 생산하는 방향으로 투자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단지 기공식 행사장 내부. 웨이퍼를 활용한 나무 형태의 기념물, 평택 어린이들이 미래를 상상해 그린 그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현황 등이 전시됐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