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 컨셉 = 지난달 31일 새누리당 여의도 당사에서는 이색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지역별 맞춤 공약을 해결한다는 '새줌마'공약 발표회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빨간 두건과 앞치마를 두르고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예상치 못한 분장에 주변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덩치가 크고 강한 카리스마로 '무대(김무성 대장)'라는 별명으로 통하는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김 대표의 파격 변신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에는 가수 출신 탤런트 장수원씨의 로봇연기를 벤치마킹한 공모영상에 출연해 화제를 낳았으며 이보다 앞선 지난해 7월 재보선때는 반바지와 모자를 쓰고 선거전에 나서기도 했다. 조동원 당시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이 잠시 망설이는 김 대표에게 "반바지를 입는 게 혁신입니다"고 하자 "그럼 입어야지"라고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유세는 특별한 쇼맨십을 찾아보기 어렵다. 눈에 보이는 이벤트래야 선거 사무소 개소식 등에 가서 후보자들에게 파란 운동화를 선물한 뒤 운동화끈을 묶어준다거나, 화이팅을 외치는 게 전부일 정도다. 유세 분위기가 점잖다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하지만 문 대표가 다녀가면 분위기가 달라진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무엇보다 압도적인 차기 대권후보로서의 입지, 폭넓은 인지도 등이 후보자들에게 힘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물론 최근에는 점잖은 지원유세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성환종리스트 문제가 불거지면서 대여공세 수위가 한층 높아진 것이다. 그는 "나라 꼴 이래서야 되겠냐", "총리 목숨 구하려면 수사 중단시켜야 하는 거 아닌가" 등 거친 표현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대선 당시에 비해 업그레이드 된 문 대표의 연설실력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당 관계자들은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문 대표의 연설실력이 대선 후보 당시에 비해 일취월장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 리더십 = 김 대표 리더십은 강력한 추진력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4·16 세월호참사 여파로 7·30재보선이 여당에 불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오히려 11대4로 대승을 거뒀다. 당 관계자는 "상황과 관계없이 일단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대표가 강조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최근 한 대학강연에서 젊은 시절 자전거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7박8일간 여행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온몸에 화상도 입고 태풍과 교통사고를 겪은 끝에 부산에 도착했다"면서 "그 때 성취감은 잊을 수가 없다. 내 인생에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고 술회하기도 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자살과 여권 핵심 관계자 이름이 적힌 리스트가 발견됐을 때도 김 대표는 정면돌파를 택했다. 그는 "성완종 리스트가 선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인한다"고 밝힌 것이다.
문재인의 리더십은 포용력을 꼽을 수 있다. 당대표로서 교섭단체 연설에 나선 그의 연설을 살펴보면 당 전체를 모두 아우르려는 그의 의지가 엿보인다. 문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 안에는 그가 주장해왔던 소득주도 성장에 앞서 안철수 새정치연합 의원이 표방한 공정성장론이 먼저 다뤄졌다. 이 외에도 문 대표는 ‘사람중심의 경제’를 통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주창한 복지성장론을 새정치연합의 경제정책의 기본틀로 삼았다. 문 대표의 연설 가운데 특이할 것은 연설의 시작과 끝을 1971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충단 공원연설로 했다는 점이다. 새정치연합의 경제정책을 설명하는 듯한 연설 속에는 문 대표 외에도 박 시장, 안 의원, 동교동계의 목소리가 담겨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문 대표는 당의 최대 문제로 지적되어왔던 계파 문제 해결에서 발벗고 나섰다. 그는 당의 원로들이 참여하는 원탁회의 등을 통해 계파 등으로 이해관계가 달라지는 당을 한데 모으기 위해 노력했다. 뿐만 아니라 당직인사 등에서도 탕평책에 나섰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특히 손학규계로 분류되어 온 양승조 의원을 사무총장에 발탁한 건 의미있는 행보라는 설명이다. 당의 살림과 계파를 챙기는 사무총장은 대표의 복심을 임명한다는 상식과 다른 행보이기 때문이다.
◆ 선거결과가 마치는 영향 = 이번 선거는 김 대표나 문 대표가 사실상 직접 치르는 선거지만 두 후보 모두 선거 결과 자체로 큰 타격을 입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중론이다. 경선 등의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대표가 특정 후보의 당락에 대해 가지는 책임은 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 총선을 앞둔 전초전이라는 성격은 두 사람의 운신의 폭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선거 초기에는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모두 2석은 챙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야당의 경우 정동영, 천정배 무소속 후보가 뛰어들면서 텃밭을 두고서 쫓기는 형국으로 바뀌게 되었다. 더욱이 성완종리스트 사건 이후 민심 역시 크게 요동을 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여야간의 균형있는 승리가 아닌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쪽의 일방적 승리가 가능할 경우 당대표들의 위상 역시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으며 여야 총선 전략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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