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일본이 이미 폐기된 '임나일본부설'을 중학교 교과서에 실었다. '임나일본부설'은 일제강점통치를 정당화하려는 식민사관을 반영하는 주장으로, 4세기 후반 일본 야마토 정권이 백제와 신라, 가야에 '임나일본부'를 두고 속국처럼 지배했다는 내용이다. 일본 학계에서도 받아들이지 않는 이설(異說)을 일본 정부가 역사 왜곡의 재료로 삼고 있다. 더욱이 문화재를 관할하는 일본 문화청은 삼국시대 한반도에서 출토된 우리 문화재 여덟 점의 출처를 돌연 '임나(任那)'로 표기해 실제 시대와 지명을 찾아볼 수 없게 했다. 이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도쿄국립박물관에서는 출처를 '한국 창녕'이라고 명기하고 있다.
이 문화재들은 이른바 '오구라 컬렉션' 중 일부다. 오구라 컬렉션은 일제강점기 남선합동전기회사의 사장 오구라 타케노스케(1896~1964년)가 한반도에서 수집해간 유물 1100여점을 지칭한다. 오구라가 죽은 뒤 수집품들은 1981년 도쿄국립박물관에 기증됐다. 일제강점기 우리 문화재들은 일본 정부와 관학자들에 의해 '문화재조사'라는 명목으로 수없이 약탈됐다.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대표 혜문스님)는 지난해 '오구라 컬렉션 목록'이란 오구라의 수기를 발굴하고 이를 근거로 오구라 컬렉션 중 서른네 점이 명백한 불법 도난품임을 문헌으로 입증했다. 이 중엔 조선 대원수 투구와 경주 금관총ㆍ부산 연산동 가야 고분ㆍ경남 창녕 출토 유물 등이 있다. 본격적인 반환운동에 나선 이 단체는 일본에서 도쿄국립박물관을 상대로 반환 청구 행정소송을 했지만 각하 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이번엔 국제청원을 추진하고 있다.
단체는 1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 있는 국제박물관협회(ICOM) 본부를 방문한다. 도난 및 도굴품의 취득을 금지한 국제박물관 윤리규정에 따라 도교국립박물관의 위법 사실을 고발하고, 불법 유출 문화재 34점의 한국 반환을 권고해줄 것을 요청할 예정이다.
일본의 역사왜곡 그리고 약탈 문화재 반환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처는 시민단체들의 이러한 노력에 비해 지나치게 소극적인 인상을 준다. '문화재제자리찾기'의 이번 청원을 비롯한 민간차원의 문화재 반환운동이 정부 차원의 불법 문화재 환수 의지와 활동을 고무하는 자극제가 되길 기대한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