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67.3세와 75.5세였던 남성과 여성의 기대수명은 2013년 말 기준 각각 78.5세와 85.1세로 10년가량 늘었다. 기대수명이 늘었으니 결혼 적령기에 대한 기준이 바뀔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시대가 바뀌면서 결혼관도 변해 결혼을 늦게 하는 경우도 있겠다. 그러나 주변의 평범한 선남선녀들을 보면 응당 그들의 바뀐 결혼관이나 늘어난 기대수명 때문에 결혼이 늦어지는 것 같지는 않다.
20대가 직면한 가장 큰 고민이 '취업'이라면 서른 안팎의 평범한 직장인 상당수는 '돈'과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근심한다. 이 일이 적성에 맞는지, 혹은 계속 할 수 있을지와 지금처럼 돈을 모아서 언제 내 집을 마련하고 저축해 노후준비를 할 것인지….
서너 평이나 될 법한 도시의 원룸 대부분은 젊은 장삼이사들이 채우고 있다. 이마저도 출퇴근이 쉬운 도심에서는 최소한 40만~50만원의 월세를 내야 들어가 살 수 있다. 전셋값도 만만치 않지만 이런 용도의 주택은 월세가 목적이어서 전세 물량도 별로 없다.
며칠 전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내용을 보니 서울의 주택 전세 평균가격은 2억5900만원이다. 생활비를 떼고 한 달에 150만원 정도를 저축해 14년 이상을 모아야 가능한 금액이다. 매매 평균가격은 4억4300만원이라하니 산술적으로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모아도 내 집 마련까지 20년이 더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마저도 정규직이어야 가능한 일일 게다. 그러니 결혼도 늦어지고 결혼하더라도 맞벌이는 필수가 된다. 출산이 짐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둘 이상을 낳는 건 대단한 용기와 모험이 필요한 일이다. 물론 능력있는(?) 부모를 둔 경우는 예외다.
요즘 집값이 조금씩 오르고 있다. 꽤 많이 오른 곳도 있다. 우리가 과거 여러 차례 경험했듯 정부가 거래 활성화나 규제완화를 한답시고 각종 부동산 부양책을 폈다가 집값이 한 번 오르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인구 구조가 변해 과거처럼 집값이 오를일은 없다고들 하지만 현실이 그렇게 이성적인 것만은 아니다.
악순환은 반복된다. 집값은 하락해도 문제지만 일단 오르기 시작하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튄다. 재작년까지 최근 몇 년간 집값이 하락했다고 하지만 기간을 10년 정도로 늘려보면 도시 근로자의 가처분소득 증가분이 집값을 따라잡기는 어렵다.
평범한 청춘들과 서민들이 한 7~8년쯤 성실하게 일하고 열심히 모으면 부담 없이 들어가 살 수 있는 집 하나쯤 마련할 수 있는 그런 정책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