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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해묵은 감정싸움 털어낸 삼성·LG "앞으로 소송전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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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 발생할 경우,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삼성과 LG의 이번 대타협에서 눈여겨 볼 대목은 향후 분쟁이 발생할 경우 법적 소송을 일체 자제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대목이다. 지난 40년 동안 TV, 스마트폰,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거의 전 품목에서 서로 다퉈왔던 과거를 일거에 청산하고 향후 한국 전자업계의 발전을 위해 협력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31일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LG전자, LG디스플레이 4개사는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진행중인 모든 민형사상의 법적 소송 절차를 조속히 마무리 하고 향후 분쟁이 발생할 경우 법적 소송이 아닌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민사사건의 경우 소 취하 등을 통해 정리되고 형사 사건의 경우 공동으로 재판부에 탄원서와 합의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매번 상대방을 겨냥해 공격하던 과거의 감정 싸움도 털어내기로 했다. 분쟁의 소지가 발생할 경우 양측이 서로 만나 타협점을 찾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삼성과 LG의 감정 싸움은 삼성이 전자사업에 진출한 지난 1969년부터 시작됐다. LG측이 주력으로 삼고 있던 전자사업에 사돈 기업이던 삼성이 진출하면서부터다.

국내 전자산업 발전의 역사는 두 회사가 끊임없이 경쟁을 벌이며 진행돼왔다. 70~80년대에 두 회사는 '국내 최초' 타이틀을 놓고 다퉜지만 90년대부터는 '세계 최초' 타이틀을 놓고 다투는 회사가 됐다. 크고 작은 감정싸움은 있었지만 법적 소송까지는 번지지 않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선 감정싸움이 법적 소송으로 비화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외부에선 두 회사의 다툼을 놓고 '어린아이 싸움'으로 치부하기도 했다.

지난 2006년 삼성전자는 광고를 통해 LG전자의 PDP TV에 탑재된 하드디스크의 수명이 2만 시간에 불과하다고 비방했다. LG전자는 이에 광고금지 가처분 소송에 나서 삼성전자가 광고물을 철수한 바 있다. 2009년에는 LG전자가 잠실 야구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3D TV 블라인드테스트를 진행했는데 삼성 TV에 표가 집중되자 LG전자 TV에 표를 몰아주다 시민들에게 발각된 사례도 있었다.

2011년에는 LG전자가 스마트폰 옵티머스LTE를 출시하며 발표회 현장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S2 위에 버터를 올려 놓고 녹이는 영상을 시연했다. 지난 2012년에는 '세계 최대 냉장고 용량'을 놓고 두 회사가 공개적으로 상대방을 비판했다. 결국 두 회사는 상대방 냉장고에 물을 붓고 음료수 캔을 넣어가며 직접 비교에 나서며 '냉장고 용량의 진실'이라는 동영상을 배포하기까지 했다.

OLED TV와 관련해선 기술 유출 공방이 이어졌다. 전 삼성디스플레이 임직원이 LG디스플레이로 이직하자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 TV와 관련된 기술이 유출됐다며 LG디스플레이를 고발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자사 주요 기술을 삼성측에서 빼돌렸다며 맞고소에 나서기도 했다.

극단적인 감정 싸움으로 치달은 것은 지난해다. 삼성전자가 조성진 LG전자 사장이 고의로 세탁기를 파손했다고 주장하며 법정 소송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LG전자 역시 "제품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한치도 물러서지 않으며 두 회사 사이의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이렇듯 연일 두 회사가 법적 소송까지 불사하며 경쟁하는 가운데 득보다 실이 더 많았다는 평가다. 매번 두 회사가 다툴때 마다 외신에선 삼성과 LG의 해묵은 감정싸움에 대해 초점을 맞췄고 정작 경쟁사들은 두 회사의 싸움을 지켜보며 조소를 금치 못했기 때문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법적 공방을 살펴보면 극단적인 감정 다툼이 이어지고 다시 법정 소송으로 비화되는 일이 잦았는데 서로 비방할 것이 아니라 혁신 제품을 내 놓고 소비자들에게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라며 "두 회사가 소모적인 소송전을 지양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앞으로의 분쟁을 풀겠다고 나선점은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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