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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의 환율이야기]미국이 돈을 풀면 식탁위 명태값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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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의 환율이야기]미국이 돈을 풀면 식탁위 명태값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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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30대 초보주부 김한아름씨는 환율에 관심이 없다. "어렵기도 하고 나랑은 별 상관없는 얘기인 것 같아서"라는 게 이유다. 과연 대한민국에 사는 초보주부에게 환율은 먼 나라 일인 걸까.

경제신문을 보면 흔히 접하는 환율. 달러·원 엔·원 등 종류도 다양한데 숫자도 매일 바뀐다. 언론은 매일 변하는 환율을 시시각각 뉴스를 통해 전달한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환율은 생각보다 먼 얘기가 아니다. 초보주부 김씨가 올초 설 제삿상을 준비하며 재래시장에서 구매한 명태값에도 환율은 숨어 있다. 모르면 안 보이지만 알고 나면 일상생활 구석구석에 배여 있는 게 환율이다.

환율은 통화의 교환 비율을 말한다. 해외 여행을 나갈 때를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 돈이 아무리 많이 있어도 해외에서 원화를 받아주지 않으면 쓸 일이 없다. 해외에서는 현지에서 사용되는 통화가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달러가, 일본에서는 엔화가 필요하듯 말이다. 이 때 'A 통화를 얼마만큼 주면 대신 B 통화를 얼마만큼 주겠다'고 명시한 게 환율이다. 예를 들어 달러·원 환율이라면 1달러를 받기 위해 필요한 원화를 가리킨다. 엔·원 환율은 1엔을 받는 대신 내주는 원화의 양이다. 그렇다면 유로달러는? 맞다. 1유로로 교환할 수 있는 달러의 가치다. A·B 환율이라면 A 통화를 기준으로 할 때 필요한 B 통화를 의미한다. 우리나라 경제와 가장 밀접하고 영향력이 큰 통화는 달러다. 신문에서 달러·원 환율을 가장 많이 언급하는 이유다.

앞에서 말한 명태를 보자. 국내서는 명태가 잡히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식탁에서 먹는 명태는 모두 수입산이다. 주요 수입국가는 러시아, 미국, 중국, 캐나다 등이다.
명태 1마리가 미국에서 1달러라고 가정해 보자. 지난해초 달러·원 환율이 1000원이라고 한다면, 김씨는 1000원을 지불하고 명태 1마리를 수입해야만 저녁 식탁 반찬으로 명태구이를 먹을 수 있다.

그런데 올초 달러·원 환율이 2000원으로 올랐다면? 지난해처럼 1000원만 주고는 명태 1마리를 먹을 수 없다. 이제는 1000원의 가치가 0.5달러이기 때문이다. 명태 반 마리만 먹자고? 김씨뿐 아니라 남편까지 같이 명태를 먹으려면 반 마리로는 부족하다. 떨리는 손으로 2000원을 내주고 명태 1마리를 받아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환율이 500원으로 내렸다면? 김씨는 가볍게 500원만 주며 명태 1마리를 받아올 수 있다.

물론 여기서 말한 예시는 수송료, 관세, 부가세 등 각종 추가 비용은 제외한 채 단순화한 예다. 그래도 환율이 일상생활 속에 깊숙이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환율은 왜 오르는 걸까? 통화도 기본적으로 상품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자. 상품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너무 어렵다고? 좀 더 쉽게 생각해보자. 여기 외환시장에 달러가 있다. 그런데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 아무리 달러를 팔려고 해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으면? 가격은 떨어진다. 가격이 내리는 요인은 또 있다. 사겠다는 사람은 그대로인데 달러량은 100배로 늘었다면? 그래도 값은 떨어진다. 공급이 많아서 너도나도 달러를 팔려고 경쟁이 치열해지며 달러 값은 자연스레 내려간다. 반대로 공급이 줄거나, 수요가 많아지면? 가격은 올라간다. 이렇듯 상품의 값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량에 따라 적절한 선에서 형성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잇달라 발표했다는 뉴스가 많이 나왔다. 양적완화라는 건 한 마디로 미국에서 달러 공급량을 대폭 늘린다는 얘기다. 공급이 늘어나니 달러 가치가 하락한다. 그렇다면 달러·원 환율은? 떨어진다. 달러·원 환율이 떨어지면 식탁위 명태값은? 앞에서 살펴봤듯이 명태값도 떨어진다. 미국이 돈을 풀면 김씨가 웃는 이유가 여기있다.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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