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출신 최초' 송병춘 서울시 감사관, 13일 임기 마치고 퇴임...공직사회 무사안일·승진 지상주의에 '쓴소리'..."일하는 사람 승진하는 구조로 바꿔야"
13일 퇴임식을 갖고 물러난 송병춘(60·사진) 서울시 감사관이 공직 사회에 마지막 '쓴소리'를 던졌다. 송 감사관은 12일 오후 아시아경제신문과 퇴임 전 마지막 언론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서울시 최초 민간인 출신 감사관으로서 일하면서 느꼈던 소회와 공직사회의 문제점을 토로했다.
송 감사관은 이어 "세월호 사건 이전에 발생했던 서울시의 각종 대형 사건ㆍ사고를 감사하면서 안전 관리 시스템이 너무 취약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서울시는 운이 좋았던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안전관리 업무의 대부분을 민간에 맡겨 놓고 관리감독도 별로 없고 공무원들의 책임감ㆍ전문성도 부족했다. 책임을 묻는 장치도 없다. "이라며 "부실감리업체가 있으면 확실시 감점을 주고 다시는 잘못 감리하지 않게 입찰에서 빼던가 해야 하는데, 슬그머니 복귀한다. 그런 일들이 현장에서 비일 비재했다"고 한탄했다.
송 감사관은 자신이 최근 추진한 감사위원회 설치ㆍ외부 감사 제도 도입 등도 이런 문제점들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위탁받은 업체들과 관리 감독해야 하는 공무원들을 감사하는 감사기구의 자체 혁신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공무원 인사 체계 내에 독립성과 전문성을 가진 감사직렬을 도입하고, 외부 감사제도 도입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시민사회도 함께 참여해서 대규모적으로 투명하게, 시민적 통제가 가능한 감사위원회를 만들 필요가 있다. 외부 전문가들이 적극 참가해 민간이 주도하는 감사위원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 감사관은 이같은 문제점의 원인으로 현재의 인사·업무 시스템을 들면서 개방형 임용제 확대 실시, 전문성ㆍ책임성 강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공무원들의 무책임과 무사안일의 원인은 한 사람 한 사람 개인이나 의식의 문제는 아니며 각 소속 기관의 틀 안에 폐쇄적인 구조 속에서 자기들끼리 일하고 경쟁하고 승진하는 것 때문에 발생한다"며 "기관간 인사교류, 개방형 임용제 등을 통해 성과와 경력을 쌓아 승진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능력이 승진을 보장하는 게 아니라 자리가 승진하게 만드는 현재의 구조를 타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퇴임한 송 감사관은 법무법인 신화 소속으로 당분간 본업인 변호사 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다. 송 감사관은 70~80년대 두 번의 투옥을 경험한 노동운동가, 언론인 출신으로 2001년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이후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시절 감사관에 임용됐고, 2013년 2월 2년 임기의 서울시 최초 외부인 출신 감사관으로 임용돼 임기를 마쳤다. 임기 첫 해인 2013년에는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공직 청렴도 전국 광역시ㆍ도 중 1위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송 감사관은 "앞으로도 시민의 입장에서 서울시정에 참여하고 감시하는 일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마지막 소감을 밝혔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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