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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요즘 집 사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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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사석에서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얘기 중 하나가 "이젠 집을 사야 하냐"는 질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관심 밖으로 밀려나 한동안 뜸했던 질문이 다시 등장하고 있는 것인데 자주 등장하는 배경을 여러 갈래로 짐작할 수 있다.

제일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게 '전세난'이다. 정부나 전문가 집단이 꼽는 전세난이 극에 달한 이유는 두 가지 정도다. 가구 수가 늘어나는 만큼 일정 수준의 매매수요(자가주택 수요)가 발생해줘야 하는데 2008년 이후 이러한 수요가 뚝 끊기다 보니 임차 선호도가 높아졌다.
사서 쓰는 사람보다 빌려서 쓰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빌리는 값이 오르는 건 당연하다.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은 어차피 찾아갈 돈이지만 가파르게 오르면 2년마다 목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집 사는 걸 먼 훗날로 미뤘던 수요자들이 다시 매매시장을 기웃거리게 된다.

여기에 불을 지른 건 '저금리'다. 세입자에게 받은 전세보증금으로 또 다른 주택이나 토지를 구매해 보유 부동산을 늘리거나 금융기관에 예치하거나 투자해 주머니를 불렸던 집주인(임대인)들은 저금리 여파로 시중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이 보장되는 월세를 선호하게 됐다.

집주인들이 원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닐게다. 하지만 임차주택 공급이 달리는 상황이 됐고, 주도권을 쥔 집주인들의 바람대로 월세전환은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정부 정책도 식었던 예비 주택 수요자들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신도시나 대규모 택지지구를 더 이상 조성하지 않겠다거나 1%대의 초저금리로 장기간 대출을 해주겠다는 등 분위기를 띄우고, 집을 안 사고는 못 버틸 환경을 조성해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분양가상한제를 사실상 폐지했고, 헌 집을 부수고 새집을 짓기 쉽게 해줬다. 대도시 노른자위 노후 주택 소유자들이 더 많은 이윤을 가져갈 수 있도록 재건축을 가로막았던 규제들도 몽땅 풀었다.

상황이 이쯤 되니 다시 주택 구매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고는 버틸 재간이 없다.
골이 깊으면 산이 높은 법. 금융위기 이후 크게 줄었던 아파트 분양물량은 올해 부동산 호황기 수준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건설사들은 불확실한 시장 상황으로 미뤘던 분양물량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 같은 정부대책과 저금리 등 일련의 환경이 일단 잠재적인 주택 구매심리를 다시 끌어올리 데는 성공한 것 같다.

지난해 주택매매 건수가 오랜만에 100만가구를 넘어섰고, 건설사들의 올해 분양 목표치가 50만가구에 육박하고 있다는 게 그에 대한 방증이다(잘 팔릴 것이라는 믿음이거나 지금 안 팔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

그렇지만 맥 빠지게도 "집을 사야 하냐"는 질문엔 뾰족한 답을 할 수 없다. 애초에 묻는 사람도 "사라" "마라"는 대답을 기대한 건 아닐 게다.

그러나 분명한 게 한 가지 있다. 일부 예외적인 사례를 제외하고는 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주택이 과거처럼 투자수단이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주거도 이젠 투자보다는 비용 개념으로 인식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자신의 현재 상황에서 총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결정이 가장 현명한 판단인 셈이다. 재미없는 대답이어도 어쩔 수 없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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