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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당했을 때 결심했다"…사기거래, 정보공유로 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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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랑 더치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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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현의 벤처, 운명의 그 순간] ⑮김화랑 더치트 대표, 사기거래 2차피해 막는 '더치트' 사이트 만들어…법인설립 후 사기예방 관련 신사업 발굴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아차 또 당했다…'
2005년 12월31일 김화랑 더치트 대표(34)는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와 메인보드를 구입할 목적으로 한 인터넷 카페에서 활동하는 판매자에게 연락했다. 판매자는 자신이 장애인이어서 통화할 수 없으니 문자 메시지로 연락하자고 했다. 몇 차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김 대표는 판매자가 요구한 금액을 입금했다. 그러나 그 후 판매자는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김 대표는 벌써 세 번째 온라인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했다. 고통으로 얼룩진 한 해의 마지막 날이었다.

"피해 금액이 그리 크진 않았지만 당시 학생 신분이었던 터라 정말 피같은 돈이었죠. 돈도 돈이지만 같은 사기를 여러 번 당하다 보니 화가 나고 도저히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김 대표는 사기꾼의 정보로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 구글링(구글검색)을 해보니 몇 년 전부터 사기를 치면서 검거된 이력도 있는 상습범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전에 조금만 노력했으면 사기를 당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니 자신의 부주의에 더욱 화가 났다. 김 대표는 그 순간 인터넷 거래 사기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김 대표는 "2006년 새해 첫 날부터 4일 동안 밤을 세며 더치트를 만들었다"며 "사이트를 개설하자마자 사기 피해 사례 1번 글로 내 사례를 직접 올렸다"고 말했다.
더치트(Thecheat.co.kr)는 온라인 거래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이 사기꾼의 이름, 아이디, 계좌번호 등 총 10여가지의 정보를 공유해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만든 사이트다. 현재 가입자는 90만명이며 월평균 사기 예방 건수는 4000건에 달한다. 1152명의 현직 경찰도 현재 이 사이트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두 종의 사기용의자 추적 방법에 관한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더치트가 만들어진 이후 반응이 상당히 좋았어요. 인터넷 중고사이트와 카페가 늘어나면서 온라인 거래가 활발해지던 시기라 더치트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죠. 더치트 때문에 사기를 막을 수 있었다는 글들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왔어요."

실제로 더치트를 개설한 이후 인터넷 사기 발생 및 검거율이 전년 대비 22.58%가 줄어드는 등 효과가 컸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1년에는 '대한민국 사이버치안 대상' 수여식에서 경찰청장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김 대표가 처음으로 더치트를 만들었을 땐 돈을 벌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회원 가입비를 받지 않았다. 기업 후원금과 자신의 돈으로 운영 비용을 충당했다. 그러나 가입자가 늘어남에 따라 관리비가 증가하자 2011년 7월 최초 본인 인증시에 20세 이상에게만 1000원의 가입비를 받았다. 1000원을 지불하면 평생 무료로 사용이 가능했지만 갑작스러운 유료전환에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김 대표는 "최소 운영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중·고등학생에 비해 경제적 여유가 있는 20세 이상에게만 평생 회원 가입비 1000원을 받았지만 반응이 좋지는 않았다"면서 "그러나 청소년이나 경찰들에게는 아직까지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2012년 3월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스타트업시장에 뛰어들었다. 법인 설립 이후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청년전용창업자금 5000만원을 지원받아 서버 등 노후 설비를 교체하고 모바일 앱도 개발했다. 또 권도균 이니시스 창업자 등이 설립한 프라이머로부터 투자도 이끌어냈다.

"권 대표는 더치트가 법인회사가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분이에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데도 미국에서 직접 화상전화를 걸어와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셨죠. 더치트는 단순 서비스가 아닌 사회적 플랫폼으로서 의미있는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지금은 네이버와 제휴해 1300만명의 회원이 가입된 '중고나라' 카페 상단에 더치트 검색창이 상시 노출된다. 또 온라인 마켓, 이동통신사, 금융권 등과 사기 거래 및 피싱 방지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핵심 사업이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 될 것"이라며 "3자 사기나 피싱 등 사이버 사기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는데 더치트를 더욱 발전시켜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돕고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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