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 지분율 29.99%로 낮아져
향후 그룹 지배구조 개편 관심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매각에 성공했다. 지분율을 낮춰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된 데다 후계구도를 위한 자금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행보로 읽힌다.
이번 매각으로 정 부회장이 322만2170주(8.6%)를 처분해 7400억여원을 챙기는 등 정 회장 부자는 1조1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했다. 또 정 회장 부자가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은 29.99%로 낮아졌다.
개정된 공정거래법 및 시행령에 따라 이달 중순부터 30%를 넘게 보유하고 있으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이지만 이번 거래로 피할 수 있게 됐다. 앞서 한 차례 실패했던 블록딜이 한달여 만에 다시 추진돼 성공하면서 후계구도와 관련한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도 관심이 모인다.
현대차 그룹은 "공정거래법 개정 취지에 부응하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으로 지배구조 개편 등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같은 규모로 블록딜을 추진했다가 실패한 전례를 감안, 정 회장 부자가 앞으로도 최대주주로서 회사를 꾸려나갈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정 회장 부자가 지난달 블록딜을 추진하기 전까지만 해도 시장에서는 그룹 순환출자의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합병하는 시나리오를 유력하게 봤다.
그러나 정 회장 부자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팔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시장에서는 이를 통해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사려는 게 아니냐고 해석했다. 그간 시나리오와 다른 상황이 그려지면서 주가는 급락했다.
정 회장 부자는 이번 블록딜을 진행하며 남은 현대글로비스 지분에 대해 2년간 보호예수(주식을 팔지 않는 것)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지분을 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 시장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과거 이노션이나 현대오토에버, 현대위스코 등 앞선 사례에서 봤듯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취득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지분율을 낮추려는 의도가 크다"고 설명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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