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가나문화재단, 이응노 미공개 드로잉 등 근대미술전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이응노, '가게', 종이 위에 수묵담채, 27.2x37.4cm

이응노, '가게', 종이 위에 수묵담채, 27.2x37.4cm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지난해 2월 출범한 가나문화재단이 새해 들어 20세기 초 근대미술을 재조명하는 다양한 전시를 마련했다.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가나아트센터 지하1층부터 5층까지 열리고 있는 전시에는 고암 이응노 미공개 드로잉과 박수근 드로잉 작품, 근대 개화기 외국인들이 그려낸 한국의 풍물화 등 총 6개 주제로 구성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세부적으로는 ▲한국근대조각전▲근대한국화 4인전▲외국인이 본 근대풍물화전▲해외작가전▲박수근 드로잉전▲고암 이응노 미공개 드로잉전으로 이뤄져 있으며, 회화와 조각, 판화 등 총 560여 점이 나왔다.
고암(顧菴) 이응노(1904~1989년)의 미공개 드로잉 전시에는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재단 소장 작품들 700여점을 분류, 이 중 400여점을 선보였다. 불안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도 기법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통해 동양화를 계승, 발전시켜온 작가의 궤적을 되짚어볼 수 있다. 1930~1950년대 해방을 전후로 한 시기, 프랑스로 건너가기 전까지 제작된 방대한 양의 드로잉들은 고암의 문자 추상과 인간 군상 시리즈 탄생의 밑거름이자 새로운 예술노정을 걸어갈 수 있게 한 원천인 셈이다. 전통 문인화를 통해 예술의 길에 들어선 고암은 무엇보다 서예 속에 형의 기본이 있다고 하였는데, 새하얀 평면에 쓴 먹선의 형태와 여백의 관계가 현대미술이 추구하는 조형의 기본이라고 파악했다. 전시와 함께 이번에는 고암의 예술세계를 시기별로 연결하는 내용의 자료집도 발간된다.

엘리자베스 키스, '정월 초하루 나들이', 1921년, 목판화, 38x26cm

엘리자베스 키스, '정월 초하루 나들이', 1921년, 목판화, 38x26cm

원본보기 아이콘

이상범, '하경', 1966년, 한지에 수묵담채, 77x178cm

이상범, '하경', 1966년, 한지에 수묵담채, 77x178cm

원본보기 아이콘

'외국인이 본 근대 풍물화전'은 서양문물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이전인 20세기 초, 애정 어린 시선으로 한국의 풍물을 판화로 담은 여섯 작가의 작품을 소개한다. 엘리자베스 키스(Elizabeth Keith, 1887~1956년)는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함을 바탕으로 마치 관광사진첩을 보는 것 같은 현장감을 재현하고 있다. 아시아 원주민의 초상 작업으로 유명한 폴 자쿨레(Paul Jacoulet, 1896~1960년)는 화사한 색채와 윤곽선이 독특한 목판화로, 릴리안 메이 밀러(Lilian May Miller, 1895~1943년)는 일본 목판화 기법으로 조선의 모습을 그렸다. 윌리 세일러(Willy Selier, 1903년~?)의 동판화들은 사실적이고 치밀한 묘사로 생동감을 자아내는데, 특히 짜임새 있는 구성에 박진감있게 표현한 일상의 장면들이 흥미롭다. 버타 럼(Bertha Lum, 1896~1954년)은 여성 특유의 서정적이며 애상적인 분위기를 그림에 담았고, 요시다 히로시(吉田博, 1876~1950년)는 산악과 건물을 소재로 한 풍경화를 주로 그렸다.

가장 한국적인 국민 화가로 꼽히는 박수근(1914~1965년)의 드로잉 작품들도 한데 모여있다. 총 드로잉 35점은 1982년 서울미술관에서 첫 전시 후 30여 년 만에 공개되는 작품으로, 주된 주제는 그의 유화 작품과 마찬가지로 시장 사람들, 빨래터의 아낙네들, 아이를 업은 여인 등 평범한 소시민들의 삶의 모습이다. 투박한 질감과 색채로 담아낸 유화작품과는 달리, 간결하면서도 견고한 구도 가운데 소박하지만 정확한 필선으로 그린 드로잉에서는 고단했던 삶 보다는 일상에 대한 간단명료한 고백이 느껴진다. '근대한국화 4인전'에서는 근대화단을 대표하는 청전(靑田) 이상범(1897~1972년)과 소정(小亭) 변관식(1899~1976년), 이당(以堂) 김은호(1892~1979년)와 의제(毅齊) 허백련(1891~1977년)의 작품을 선보인다. 당시 전통화와 서양화가 공존하는 시대 더 이상 전통화법에 얽매이지 않은 독자적인 양식을 정립하기 시작하면서, 이들 거장은 한국 사회의 보편적 정서를 각자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로 승화시켰다.
'한국근대조각전'에서는 근대 한국조각의 흐름과 형성과정을 되짚어볼 수 있는 장이다. 테라코타 특유의 투박한 손맛이 우러나는 권진규(1922~1973년)의 작업은 전통적인 토우를 연상시킨다. 소녀와 젊은 여인의 전신 또는 반신 나체상을 다수 제작한 김경승(1915~1992년)의 작품에서는 인체의 사실적 역동감을 느낄 수 있다. 김세중(1928~1986년) 역시 정통적인 사실주의에 입각한 다수의 인물상을 제작하였다. 김정숙(1916~1991년)은 대리석으로 여인을 주제로 한 생명애를 구현하거나 자연의 생명력을 유기적인 형태로 제작했다. '해외작가전'에서는 안젤름 키퍼, 막스 노이만, 안토니 곰리, 안토니 타피에스, 토니 크랙, 미켈 바르셀로, 피에르 알레친스키 등 세계적으로 알려진 작가들이 개인의 주관, 내면의 세계뿐 아니라 집단, 사회의 문화적 기억과 경험등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3월 1일까지. 02-2075-4488.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 어도어 이사회 물갈이…민희진은 대표직 유임 (상보) 김호중 검찰 송치…음주운전·범인도피교사 혐의 추가 [포토] 북한탄도미사일 발사

    #국내이슈

  • 트럼프 "나는 결백해…진짜 판결은 11월 대선에서" "버닝썬서 의식잃어…그날 DJ는 승리" 홍콩 인플루언서 충격고백 안개 때문에 열차-신호등 헷갈려…미국 테슬라차주 목숨 잃을 뻔

    #해외이슈

  • [포토]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현충일 [이미지 다이어리] '예스키즈존도 어린이에겐 울타리' [포토] 시트지로 가린 창문 속 노인의 외침 '지금의 나는 미래의 너다'

    #포토PICK

  • 베일 벗은 지프 전기차…왜고니어S 첫 공개 3년간 팔린 택시 10대 중 3대 전기차…현대차 "전용 플랫폼 효과" 현대차, 中·인도·인니 배터리 전략 다르게…UAM은 수소전지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심상찮은 '판의 경계'‥아이슬란드서 또 화산 폭발 [뉴스속 용어]한-UAE 'CEPA' 체결, FTA와 차이점은? [뉴스속 용어]'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속도내는 엔씨소프트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