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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리포트①]차이나사우르스의 스마트쥬라기 급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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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차이나' 광풍 세계 시장에 몰아친다

[차이나리포트①]차이나사우르스의 스마트쥬라기 급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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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가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기타'로 집계되는 날이 곧 올지도 모릅니다." 2015년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모바일 기기 판매와 점유율 면에서 독보적인 '톱2'로 자리하고 있는 삼성·애플의 입지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을 위협하는 신흥 강자는 중국의 '정보기술(IT) 공룡'들이다. 당장 중국의 2세대 스마트폰 제조사인 샤오미가 특유의 '안달내기' 마케팅 기법으로 중국 시장에서 판매량 1위 자리를 꿰찼고, 글로벌 인터넷 기업 알라바바는 미국 증시 상장 당일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은 미국 증시 시가총액 '넘버 4'에 이름을 올리는 등 승승장구 하고 있다. 이른바 '차이나 스케일'로 천문학적 금액의 연구개발(R&D) 비용을 쏟아 부으며 기존에 시장을 지배하고 있던 한국·미국·유럽 사업자들을 위협 중이다.

"그래봤자 중국 기업일 뿐"이라는 기저의식은 짧은 시간 안에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깔보다가 큰코다친다"는 경고를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 중국 IT 기업들의 진짜 경쟁력을 해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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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1.한 여성이 카페에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사각형이 반듯한 데다 얇고 매끈하게 빠진 본체가 맵시있다. 흘끔 들여다보니 어제 방송한 화제의 TV쇼를 '다시보기' 하다가 중간중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들어가 '댓글 대화'를 나누는 중이다. 이쪽저쪽을 오가는 속도가 엄청난 데도 데이터가 부대끼지 않는 모습이다. 로고를 확인하니 중국 제조사 화웨이의 최신 스마트폰이다.

#2.같은 카페에서 한 남성이 마주 앉은 여성과 업무 이야기로 분주하다. 스마트폰을 자주 확인하는 눈초리에 초조함이 묻어있다. 진행 중인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양새를 봐서는 분명 현재 대화보다 더 급한 연락임이 분명하다. 저녁에 예정된 더 중요한 업무 미팅 때문일 것이다. 사소한 일로 다투고 만 연인의 연락을 기다리는 것일 수도 있다. 배터리 잔량을 확인하던 그는 급기야 가방에서 보조배터리 하나를 꺼내 스마트폰과 연결한다. 흰색 본체의 1만400밀리암페어아워(mAh) 대용량 보조배터리는 역시 중국 제조사 샤오미의 제품이다.

여기는 어딜까. 중국 베이징의 풍경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겠지만 여기는 연말 분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말 한국 서울 강남대로의 한 카페 내 모습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는 이제 10년 전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의 생활 깊숙이 배어있다.

중국 스마트폰은 안방 시장과 주변 동남아시아 시장을 거쳐 국내에까지 손을 뻗쳤다. 화웨이뿐만 아니라 샤오미, ZTE 등 다양한 중국폰이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 G마켓·옥션 등 오픈마켓에서 화웨이, 샤오미 등 해외 브랜드의 공기계 판매량은 지난해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900%까지 급증하기도 했다. 단통법 도입 이후 중저가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데다 팬택 법정관리로 10%가량 되던 시장점유율이 '주인 없는 땅'이 되면서 중국폰의 국내 진입이 서서히 속도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한국시장은 중국 제조사들에 '라스트 마켓(Last Market)'이었다. 삼성·LG의 안방으로 '외산폰의 무덤'이라는 무시무시한 별칭을 얻을 만큼 외산폰이 힘을 쓰지 못하는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장으로의 본격 진출은 중국 제조사 입장에서 '마지막 관문'이라는 의미에서 사용된 라스트 마켓이라는 표현은 지난해 초 리처드 위 화웨이 소비자 비즈니스그룹 사장이 직접 한 말이다.

화웨이는 지난해 9월 글로벌 론칭한 스마트폰 '아너6'를 국내 사정에 맞게 재정비해 'X3'라는 이름으로 공식 출시했다. LG유플러스의 자회사 미디어로그를 통해 알뜰폰시장에 먼저 발을 들인 화웨이폰은 지난해 말 LG유플러스를 통해서도 출시됐다. 가격은 30만원대로 사실상 '공짜폰' 대열에 합류했다. '3배 빠른 스마트폰'이라는 의미의 X3는 국내에서도 삼성전자 갤럭시노트4, LG전자 G3 캣6 등 일부 제품만이 지원하고 있는 통신 네트워크다.

화웨이는 라스트 마켓 이전에 아시아, 서유럽, 아프리카 등 주요 대륙에 스마트폰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그 결과 지난해 처음으로 톰슨로이터가 선정한 '세계 100대 혁신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톰슨로이터의 글로벌 혁신기업은 특허 출원 수, 특허등록 성공률, 특허 포트폴리오의 해외 접근성, 특허 영향력 등을 바탕으로 선정된다.

중국 인구가 동시에 '하나, 둘, 셋!'하고 뛰어오르면 전 지구가 들썩일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만큼 중국 인구가 어마어마하다는 데서 나온 얘기다. 이런 이야기가 처음 나왔을 당시보다 중국 인구는 다시 몇억 명 더 늘었다. 중국 사람만 움직여도 온 지구가 들썩인다는 우스갯소리는 실제 정보기술(IT) 시장에서도 통하고 있다. 그만큼 안방시장의 크기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최대시장은 단연 중국이다. 지난해 총 12억7000만대로 관측되는 글로벌 스마트폰 전체 출하량 가운데 3분의 1을 차지한다. 중국시장에서 중국업체들의 점유율은 70%까지 상승했다. 샤오미의 중국 의존도는 95%에 달하고 레노버는 86%, 화웨이는 58%에 이른다. 내수시장에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샤오미, 오포 등 2세대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중국을 벗어나 해외시장으로까지 활동무대를 넓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스마트폰시장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변화 역시 중국폰이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스마트폰시장의 '샛별' 샤오미는 초판을 한정판으로 판매해 소비자들을 안달나게 하는 마케팅으로 톡톡한 효과를 봤다. 지난해 3분기에는 삼성전자, 애플이라는 스마트폰 '투톱'에 이어 세계 판매량 3위에 이름을 올리기에 이르렀다. 중국 밖 시장에서도 돌풍은 이어졌다. 지난해 본격 진출한 인도에서는 최근 불거진 특허 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100만대를 판매했다.

중국 스마트폰은 '쓸만한 기능, 싼 가격, 넓은 내수시장'을 무기로 급성장했다. 화웨이, 레노버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프리미엄 전략폰 사양은 어떤 무대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정도가 됐다. 아직은 보급형폰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중화권 업체들의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은 100달러 초반대로 애플의 5분의 1수준이다.

결국 올해는 중국에 이어 인도·브라질 등 스마트폰 신흥시장이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존의 거성들이 점유율을 지켜낼지, 중국 제조사 등 신흥 세력이 점유율을 뺏을지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샤오미는 최근 인도에 이어 브라질에도 새로운 사무실을 오픈하고 내년 본격적인 남미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화웨이 역시 아시아, 서유럽에 이어 남미 등 세계무대에서의 점유율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는 목표다.

중국 제조사들이 수위권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선진시장 공략을 본격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레이쥔 샤오미 회장이 5~10년 내 세계 1위 스마트폰업체가 되겠다고 공언했으나 삼성전자·애플 등 '투톱'을 세계 무대에서 밀어내기 위해서는 먼저 선진시장의 벽을 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저가 이미지를 탈피하고 생산·유통·판매전략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뜨는' 핀테크(금융+기술)시장에서도 차이나 파워는 어마어마하다. 중국의 알리페이는 현재 미국 페이팔과 함께 전체 핀테크시장의 60~70%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모바일 결제시장 규모는 2012년 1715억달러, 2013년 2558억달러에 이어 지난해 3526억달러를 달성한 것으로 관측됐다. 2014~2016년 연평균 성장률은 34%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2017년에는 현재의 2배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이 시장에서 역시 선점업체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중국 내에서만 봐도 알리페이가 중국 제3자 결제시장의 48%, 모바일 결제시장의 69%를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의 대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도 최근 핀테크시장에 진출했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중국 솔로데이(11월11일)의 매출액 가운데 모바일 쇼핑 거래액만 243억9000만위안(약 4조2643억원)에 달했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기업들도 자국시장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등으로 인해 한국·중국 간 금융거래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국내에서도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국내 다수 가맹점을 확보 중에 있다. 유영신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산업분석팀 수석은 "전통 금융산업에 규제라는 보호막이 쳐져 있는 한국시장의 특성상 은행, 카드 등 전통 금융 업체들이 ICT 기업이 주도하는 핀테크 산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협력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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