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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명칼럼]3세 승계와 지주회사 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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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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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공항에서 한국의 재벌 3세 항공회사 여성 임원이 벌인 활극이 연말 분위기를 영 떨떠름, 씁쓰레하게 만들고 있다. 자기 회사 항공기에 탑승했다가 승무원에 대한 폭언ㆍ폭행과 함께 활주로로 향하던 항공기를 불법으로 돌려 세운 '땅콩 리턴 사건'이다.

당사자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사법적 처벌의 대상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녀 개인에 대해 측은한 마음도 든다. 재벌 아버지의 딸로 태어난 탓에 능력과 품성을 제대로 검증받지 못한 채 아버지 회사 임원이 된 죗값을 치르는 비극의 주인공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땅콩 리턴 사건은 재벌그룹의 소유권 상속과 경영권 승계 문제를 돌아보게 한다. 특히 요즘 주요 그룹들에서 진행 중인 3세 승계에 우려의 눈길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2세만 해도 창업의 고난을 겪은 1세의 지도를 받으며 컸지만, 3세는 그런 과정 없이 커서 귀족의식이 체질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그들이 경영에 참여하면서 빚어내는 부작용의 한 단면이 이번 사건에서 극명하게 노출됐다. 그들의 독선적 경영태도가 기업에 오너 리스크로 작용하고, 더 나아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재벌그룹 지배구조 문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재벌그룹들은 지배구조 개편에 한창이다. 핵심 흐름은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이다. 대기업집단 중에서는 LG가 처음으로 2003년 ㈜LG 중심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SKㆍCJㆍ두산ㆍ코오롱ㆍ한국타이어 등도 그렇게 했다. 현재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로 전환한 대기업집단은 15개다.

아직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지 않은 곳도 많다. 삼성ㆍ현대자동차ㆍ롯데ㆍ한화 등이다. 삼성은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에 대해 말을 분명히 하지 않고 얼버무린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와병 중인 가운데 11월 삼성SDS와 12월 제일모직이 잇달아 상장하면서 삼성도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성큼 다가섰다는 견해가 많다. 정부 계획대로 새해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까지 도입되면 삼성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가시화할 것이라고들 예상한다.
재벌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대한 여론은 그동안 그리 나쁘지 않았다. 계열사 간 출자구조를 단순화해 기업 투명성을 높인다고 보기 때문이었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를 겪고 난 후 1999년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에 따라 그 전에는 금지했던 지주회사를 허용한 명분이자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나 땅콩 리턴 사건을 계기로 재벌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곱게 보지 않는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지주회사 제도는 재벌그룹의 지배구조를 개선시키는 장점이 있지만 오너 가족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해 경제력 집중을 가속시키는 문제점도 있다. 주요 그룹들이 3세 경영으로 넘어가는 단계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있는데, 그 두 변화의 결합이 초래할 결과가 개선일지 개악일지 모를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한항공이 속한 한진그룹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중이다. 2013년 8월 지주회사 한진칼을 출범시킨 뒤 계열사 간 순환출자 해소 등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완성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유예기한인 내년 7월까지 이런 작업을 다 마치고 정식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한진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 과연 투명하고 합리적인 경영이 이루어질까? 3세가 소유경영권을 본격적으로 행사할 미래의 한진그룹은 지금보다 나을까? 그러리라는 대답이 얼른 나오지 않는다.

지주회사 체제에서는 오너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 3세 경영에 대한 노파심에서 말한다면, 뭔가 보완대책이 필요할는지 모른다. 외환위기의 충격 속에서 허용하고 세제ㆍ정책상 혜택을 확대해온 지주회사 제도를 재점검해볼 때가 됐다.





이주명 논설위원 cm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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