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신촌세브란스 병원에 마련된 故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빈소. 이곳에서 만난 한 재계 인사는 이 같이 이 명예회장을 추억했다.
이 명예회장은 14년 동안 경영자총협회를 이끌면서 정부를 향해 직언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1993년 초 김영삼 전 대통령과 경제단체장 면담 당시 "한국은 중소기업 육성법이 가장 잘된 나라다. 법이 문제가 아니고 공무원이 기업에 출입하지 않으면 문제는 해결된다"는 소신발언은 두고두고 기업인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한창 일할 당시였던 1996년 장남인 이웅열 현 코오롱그룹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고 현직에서 물러난 것은 당시 재계에서 큰 화제였다. 그만큼 소탈하고 욕심 없는 고인의 풍모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특히 2001년에는 자신의 호 '우정(牛汀)'을 따 선행상을 만들었다. 당시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는 패륜 범죄가 잇따르자 훈훈한 미담을 발굴해 널리 알리자는 취지였다.
"선행은 모래에 쓰이고 악행은 바위에 새겨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선행은 그만큼 쉽게 잊힌다는 뜻이죠. 저는 우리 사회에서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분들의 선행을 모래가 아닌 바위에 새기고 싶습니다."
지난 4월 그가 마지막으로 참석했던 우정선행상 시상식에서 남긴 말이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소탈하고 욕심 없는 그의 정신은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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